딸아이가 친구 집에 놀러 갔는데 친구의 언니가 쌍꺼풀 수술을 하고 눈꺼풀이 많이 부어 있는 모습을 보았다고 했습니다.
그러더니 거울로 자기의 얼굴을 한참이나 보면서 매만지더군요.
코도 만져보고 눈도 만져보고 오목조목 얼굴을 일일이 만져보고 나서는 제게 이야기해 줍니다.
"나는 내 얼굴이 좋아!
엄마 아빠가 이렇게 낳아주셨잖아요. 나는 성형보다 화장을 많이 할 거예요! 오케이~"
딸아이 말에 웃음이 나면서도 자기 얼굴이 좋은 이유가 엄마 아빠가 그렇게 낳아 주었기 때문이라는 말, 그 말에 무척 감동이 되었습니다.
딸아이는 쌍꺼풀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단추구멍 같은 눈은 아닙니다. 쌍꺼풀은 없지만 적당히 알아서 큰 눈입니다. 아빠를 닮아서입니다.
눈이 결정적인 역할을 해서 전체적으로 아빠를 더 닮아 보입니다. 엄마 보다요.
그런데 자세히 보면 눈썹 입술 얼굴윤곽 귀까지도 엄마를 똑 닮았지요.
성격과 체질은 아빠 판박이죠.
어찌 보면 엄마 아빠를 딱 반반씩 닮았을 것 같습니다.
'나는 왜 눈이 심심해'라고 원망 불평 안 해서 다행입니다. 그런 딸이 사랑스럽습니다. 졸린 눈에 쌍꺼풀이 질 때면 얼른 엄마에게 그 모습을 보여 주면서 엄마랑 닮았다고 좋아라 합니다.
이건 정말 뜬금없는 이야기지만 혹 부모님이 그립고 보고파서 우는 날이 있다면 나를 가만히 봐도 좋을 거 같아요. 부모님을 반반씩 닮은 내 모습에서 부모님을 뵐 수도 있어요. 너무 억지인가요? 보이는 외모에서, 보여지지 않는 성격과 성품에서 판박이 일 겁니다. 가끔 돌연변이도 있을까요?
그래도 그렇게 낳아주셨다는 단 하나의 이유가 있기에 내 모습을 사랑해 주고 자부심을 가져야겠어요.
이건 어디까지나 제 생각입니다. 저도 생각이 바뀌어서 지금 이 생각까지 왔네요.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어요.
저도 누군가 보고 싶을 때 누군가랑 많이 닮은 나를 잠깐 봐요. 마음은 아프지만 그렇게라도 볼 수 있어 감사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