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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 孤兒

by 김추억

새벽이 한참 남았는데
너무 짙은 어둠 속에
말없이 눈이 떠지는 아이가 있다.
숨쉬기가 불편해져
절로 가슴을 부여잡고
절로 눈이 떠지는 아이가 있다.

호흡이 나올 때
괜한 가슴을 짓누르는 것이다.
어둠 속에 일어나서
다시 어둠 속에 사그라들며 웅크린다.
두 팔을 교차하여 자신의 어깨를 껴안는 아이.
여전히 아이다.

가슴을 뒤로 활짝 젖히는 게
숨통을 넓히게 하는 능사는 아니다.
더욱 강한 압력으로
두 팔로 가슴을 짓누르고
웅크린 두 다리까지 합세하여
숨통을 꾹꾹 막아야만
숨통이 열린다.

각자의 방식으로 숨을 고르듯
그 아이의 숨을 찾는 방법은 탁월하다.
어둠 속에서 유일하게 빛을 밝히는 건
투명한 아이의 눈빛.
그 눈빛이 별빛보다 반짝거려
밤의 어둠과 정적이 아이에게 들러붙는다.

제발
숨만이라도
제대로
쉬고
싶어
하는
아이.

제발 깨지 않고
아침까지 잠들 수 있기를 바라는 고아孤兒.
바랄 수 없는 걸 바라지 말자고
조용히 다짐하는 어린아이가
어둠 속에
거친 숨결로 살아 있다.

밤은 생각보다 길지만
새벽빛이 눈을 뜰 때면
밤은 또 생각보다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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