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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껍질이 할머니 입가의 주름처럼 변해 갈 때까지
이불로 작은 동굴을 만들어 겨울잠을 잤습니다.
눈을 뜬 건 아마도 봄. 봄이었을 겁니다.
위장은 탈진 직전의 마라토너. 모년 모월 모일인지도 모른 채 눈을 뜬 배고픔이 물과 식량을 찾습니다. 뿌연한 창밖과 성실한 벽시계가 새벽인지 초저녁인지 맞춰보라 퀴즈를 냅니다.
초파리 서넛이 사과껍질 위에서 비행하는 풍경을 감상합니다. 울었니, 눈이 빨갛구나. 어디서 태어났니.
잡을까 말까. 같이 살까.
머릿속에도 빙빙거리는 초파리가 사나 봅니다. 동족을 살려달라는 날갯짓에 뇌가 가여움을 느낍니다.
동서남북 창문을 열고 방충망도 열었습니다. 초파리는 주름진 사과껍질을 사랑합니다.
되려 쇠파리 하나가 집안으로 들어왔습니다. 경비행기 초파리보다 수십 배 몸집이 큽니다. 밀리터리룩의 쇠파리는 전투기입니다. 안돼, 너는 나가야 해. 너는 피를 빨아서 안된다고.
겨울잠에서 깨어나 현관문까지 열고 훠이훠이 쇠파리를 쫓아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