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은 하늘이 나를 한심하게 내려다보는 기분이 들었어요. 내가 밤하늘에게 이런저런 하소연들을 늘어놓았는데 아마도 내가 한심스러웠을지도 몰라요. '기쁨은 슬픔을 결단코 이기지 못해요.'라고 했거든요. 밤하늘이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지 매우 깜깜합니다. 못 알아듣는 밤하늘에게는 부연 설명이 필요합니다. 이럴 땐 적당한 예시를 들어줘야 해요. '왜 기쁨은 슬픔을 이기지 못하냐면요, 아이가 태어난 기쁨과 아이가 떠나간 슬픔을 비교해 보세요. 그럼 바로 답이 나올 거예요.' 나는 밤하늘에 이렇게 말해놓고 한참이나 자기 검열에 빠졌어요. 내 마음이 슬픔에 뒤틀려 왜곡된 마음이 되어버린 것은 아닌지 꼼꼼히 객관화했다고요. 그런데도 여전히 기쁨은 슬픔을 이기지 못한다에 한 표입니다. 그건 내 마음이 정하는 일인 거예요. 그러니 나를 한심하게 내려다보지 말아요. 괴로움이 자꾸만 가슴을 짓누르니 눈물이 나요. 눈물은 신의 선물이죠. 신의 선물이 없었으면 가슴에 슬픔이 꽉 차서 아마 사람이 터져버릴지도 몰라요. 나는 내 고막이 터질 만큼 비명을 서너 번만 질렀으면 좋겠어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에 갑자기 밤하늘이 비를 내립니다. 한 방울 두 방울 툭툭 빗방울이 떨어지더니 이윽고 한꺼번에 쏴아 소리를 내며 쏟아집니다. 밤하늘은 지금 빗소리로 내게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걸까요. 빗소리에 날카로운 내 비명소리를 묻히게 하려는 걸까요. 설마 같이 울어주고 있는 건 아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