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무식욕자는 무식하게 욕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먹는 걸 귀찮아하고 식욕이 도통 없는 자를 가리킵니다. 그래도 약물을 복용하기 위해서는 삼시 세끼를 꼭 챙겨줘야 합니다. 밥 먹는 걸 깜박하고 빈속에 독한 약을 털어 넣었다가는 위가 다 녹아내리는 경험을 하게 되니까 그렇습니다. 약물이 그러니까 무식욕자의 끼니를 챙기는 착한 역할을 합니다. 무식욕자의 몸이 풍선처럼 부풀었습니다. 뾰족한 바늘로 톡 건드리면 팡 터질 듯 부었습니다. 무식욕자는 그런 자신의 몸을 보며 더 식욕이 없어집니다. 무식욕자는 식욕보다는 수면욕이 더 발달했습니다. 그냥 며칠 굶고 잠만 그렇게 자고 싶어 합니다. 그렇지만 무식욕자의 딸이 방학 중입니다. 방학이 그러니까 무식욕자의 끼니를 챙기는 착한 역할을 합니다. 딸은 커녕 자신도 못 챙기는 순간이 오면 무식욕자는 병원에 가서 드러눕습니다. 입원이 그러니까 무식욕자의 끼니를 꼬박꼬박 챙기는 착한 역할을 합니다. 무식욕자가 그러니까 굶어 죽을 일은 없습니다. 무식욕자는 그나마 자신은 낫다 생각합니다. 무식욕자는 자신보다 심한 무식욕자를 만난 적이 있었는데 그 무식욕자가 거의 고문 수준으로 음식물을 입안에 넣는 걸 보고 경악했습니다. 삶의 고배苦杯를 마시우고 마시우는데 중간중간 헛구역질만 할 뿐, 그걸 또 계속 마셔대는 모습에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억지 쓴웃음을 삼키고 뜨거운 눈물을 식히지도 않고 삼키고... 하려던 말을 꾸역꾸역 삼키고 분노를 꿀꺽 삼키고 순간순간의 고단함도 잘도 삼켜 내는 그 무식욕자. 달면 삼키고 써도 삼키는 그 무식욕자의 식도를 연민하며 무식욕자는 오늘 아침도 모래알 같은 밥알을 씹어댑니다. 그러니까 그 연민이 무식욕자의 끼니를 성실히 챙기는 착한 역할을 합니다. 도저히 삼켜지지 않을 때는 물과 함께 꿀꺽합니다.
2024/8/5 am9: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