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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든 짐승 / 도종환
산짐승은 몸에 병이 들면 가만히 웅크리고 있는다
숲이 내려 보내는 바람소리에 귀를 세우고
제 혀로 상처를 핥으며
아픈 시간이 몸을 지나가길 기다린다
나도 가만히 있자
병든 시인 / 추억
그는 모르죠
그가 나의 시가 된다는 걸
죽을 때까지 그리움으로 시를 쓰겠어요
선물 같은 그리움을 주셨지만
선물의 포장을 눈이 떠 있는 시간에 수도 없이 뜯는 일은 선물 같지 않네요
리본을 풀 때 손이 떨려요
너무 딱 붙은 테이프를 떼다가
포장지가 찢어질 때 찢어지는 거 하나 더 있죠
제 심장 안에서 포장지 찢어지는 소리가 나요
선물 상자의 뚜껑은 열기 두렵죠
빈 상자, 그리움은 그런 거예요
메모 한 조각 덩그러니 있군요
詩가 술술 잘 쓰일 거라는 그의 무관심한 멘트,
놀림 같은 선물을 꺼내 시를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