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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항생제

by 김추억 Feb 17. 2025

사람이 살다 보면
달걀을 다 부러워하는 순간이 온다.
아무리 씻어도 빠지지 않는 냄새
잠실에서의 누에 냄새
어느 요양원 냄새
떠도는 나그네 냄새
외로움에 떠는 눈물 냄새
상처 난 길고양이 냄새
고달픈 것들의 한숨 소리에도 썩는 냄새가 난다.
산 사람의 몸뚱이에서 부패하는 냄새가
아지랑이 되어 피어오른다.
조석 간에 항생제를 맞아야 하는 것들,
항생제와 마약을 몸에 붓는다.
부패하는 냄새를
고약스레 풍기는 약 냄새가 서서히 잡는다.
항생제 따위 없이도 싱싱한
무항생제 달걀이 부러운 순간이 다 있다.
삶아 먹으면 부활은 못한다.
날계란을 먹으면 겨우 살아날까.
아, 방금 짹짹짹짹 거리는
귀여운 새소리에 눈이 떠졌다.
새벽에 들리는 새소리엔 악취가 없다.
새벽과 아침 사이,
건설현장의 텅텅거리는 소리는 무균상태다.


2024/4/4  am 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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