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33 댓글 10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정상 (正常)

by 김추억 Mar 04. 2025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을 품었는데
기댄 적도 없이
죄를 짓는 것 같았다.

떠나갈 사람에게 기대면 안 된다는
똑똑한 머리와
무작정 기대고 싶은 철없는 마음이
날마다 치고받고 싸웠고
그 사이에 낑겨 괴로워 죽는 나였다.

겨울철 공사장의 인부들이
모닥불 쬐는 걸 봤다.
막 주차를 마친 자동차 밑으로
길고양이 한 마리가 들어가더니
시린 몸 웅크리는 걸 봤다.

내가 문제가 아니었다.
그 사람이 따뜻한 게 문제였다.
냉해 입은 밭작물처럼
나의 계절 속에 얼었다가
온기를 발견하고
마음이 끌려간 것이다.

그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
공사장 인부들처럼
상처 난 길고양이처럼
나는 나의 계절 앞에 정직하다.

나는
죄를 짓지 않았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02화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