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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기획자 장PD May 30. 2024

나의 3월 투쟁

어느덧 3월의 마지막 날이다. 3월의 마지막 생각 조각을 작성하기에 앞서 시간을 되돌아보니 이번 달은 마치 나에게 ‘투쟁’과 같았던 한 달이었다. 그리고 그 투쟁의 시작은 이 한 문장에서 더 불을 지피게 되었다.

미치오 카쿠 <초공간>


1.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정신적 공간

우리는 모두 물리적으로 3차원 공간에 살고 있으며, 인간의 뇌는 3차원까지만 인식할 수 있도록 진화하였다.(인간이 생존하는 데 있어 굳이 4차원 인식 능력은 불필요하기에 뇌가 여기까지 진화하지 않음) 그런데 나는 모든 인간은 물리적인 공간을 3차원까지 인식할 수 있지만, 이것과 별개로 신적인 공간의 차원이 존재하며, 이 정신적 공간의 차원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개인으로서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 보면 내가 어떤 정신적 차원까지 진화했는지 가늠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불과 2년 전에 나는 매일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운동을 하고, 규칙적인 일상을 사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회사를 다닐 때도 적당히 운동을 하고, 독서도 했지만 온전히 시간이 자유롭게 주어졌을 때 이걸 스스로 지켜나가고, 유지하는 그런 힘이 나에게 있으리라고 전혀 상상하지도 못했다.


그런데 20개월이 넘게 시간을 온전히 내가 통제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니 이러한 환경에 맞춰 나의 정신적인 생각도 진화하게 되었고, 생각이 진화하니 행동도 자연스럽게 바뀌게 되었다. 무엇보다 남들이 말하는 그 ‘갓생’이라는 일상이 나에겐 그리 힘들지 않은 자연스러운 삶이 되었다.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정신적인 차원이 높아졌기에 과거에는 벅찼던 것이 현재에는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으며 필요한 습관을 만드는 일은 이제 나에게 '단순한' 문제로 분류된다.


그러니까, 모든 것이 다 차원의 문제였다. 내가 3차원에서 할 수 있는 고민에 대해 문제를 겪고 있다면 4차원의 시선에서 바라볼 땐 아주 심플하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다.(그러나 차원을 높이는 것은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그래서 이러한 ‘차원’의 개념을 현재 내가 고민하고 있는 것들에도 모두 대입하여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2. 3월 투쟁의 시작, 정신적 공간의 차원 높이기

정신적으로 편안하고, 안정감을 느낀다면 현재 살고 있는 정신적 공간의 차원이 나와 아주 잘 맞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러한 공간 안에서 꾸준히 공부하고, 성장하는 사람들은 어느 순간 극심한 갈증과 고민이 찾아오게 된다. 꾸준한 학습과 성장으로 생각의 크기가 점점 커지니, 지금 정신적 공간이 나에게 좁다고 느끼기 시작하는 것이다. 즉, 어느 순간부터 느끼기 시작한 갈증과 고민은 지금 내가 머물고 있는 정신적 공간의 차원을 더 높여야 한다는 시그널이다.


3월 초, 나는 나의 정신적 차원을 지금보다 더 높여야 하는 시그널을 느끼기 시작했다. 여기까지가 내가 '3월 투쟁'을 시작하게 된 이유다.



3. 새롭고 낯선 상황에 밀어넣기, 환경 투쟁

극심한 갈증을 느끼고, 정신적 차원을 높이기 위해 내가 3월에 실행한 것은 크게 2가지로 분류할 수 있으며, 그 첫 번째 투쟁은 낯설고 새로운 상황에 날 밀어 넣는 것이었다. 우선 ‘새롭고 낯선 상황’이라고 해서 그냥 무작정 새롭기만 해서도, 무작정 낯설기만 해서도 안 된다. 어찌 됐든 나의 소중한 시간을 써야 하기 때문에 그 시간이 나를 새로운 차원으로 높여줄 수 있는 선택이 되어야 한다. 내가 정신적 차원을 높이기 위해 획득하고 싶은 희소한 잠재 능력이 있었는데 그것을 얻기 위해서는 대표적으로 2가지의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돈으로 얻는 것이다. 이 방법은 쉽지만 쉽게 얻을 수 있는 만큼 효율적이긴 하나 생각보다 효과적이진 않다. 그리고 내가 얻고 싶은 것은 만만치 않은 것이어서 돈을 지불한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두 번째는 돈보다 더 미래 부가가치가 높은 나의 잠재 역량으로 등가 교환 하는 방법이다. 가장 어려운 방법이고, 어려운 만큼 효율성은 떨어지나 성공하면 가장 큰 효과성을 발휘한다. 그래서 난 두 번째 방법을 선택했다. 내가 1년 넘게 후천적으로 훈련해온 나의 잠재 역량을 바탕으로 내가 새롭게 가지고 싶은 능력을 얻을 수 있는 무언가와 등가교환을 시작하기로 했다. (나의 일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들이라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4. 새로운 인풋넣기, 독서 투쟁

매일 독서를 하는 사람이 왜 갑자기 독서와 투쟁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일단 내가 말하는 독서 투쟁이란, 쉽게 읽히지 않는 책을 끊임없이 읽는 행위다.


생각해 보면 나는 쉽게 읽히는 글만 읽고, 쉽게 읽히는 글만 쓰려고 했다. 대중을 상대로 마케팅이나 브랜딩, 콘텐츠를 기획하는 사람 즉 공급자의 입장에 있는 사람이라면 쉽게 읽히는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언어는 늘 단순하고 간결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오랜 원칙이다. 그런데 내가 추구하는 ‘쉬움’ ‘단순함’은 저차원에서의 단순함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고차원에서 바라보는 단순함’이다.


저차원에서의 단순함은 내가 가진 언어의 한계로 그 한계 안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이 적어서 표현이 단순해지는 경우를 말한다. 반대로 고차원에서 바라보는 단순함이란 언어의 수준을 확장시키고, 더 넓게 확장된 선택지 안에서 표현할 수 있는 그런 의미의 단순함 즉, 농축된 엑기스와 같은 단순함을 말한다.


2024.03.26 내가 쓴 글 中


과거에 나는 회사를 다니며, 일을 더 잘하고 싶어서 독서와 글쓰기를 처음 시작할 당시에 어떻게 하면 글을 더 잘 쓸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대표적인 글쟁이들 유시민, 강원국 작가님의 글쓰기 책을 읽게 되었다. 두 작가 모두 '글을 쉽게 써라'고 말한다. 추론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은 과거의 나는 이 말을 저차원의 단순함으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유시민, 강원국 작가는 그 누구보다 쉽게 읽히지 않은 책들을 오랜 시간 읽어왔을 것이다. 그런 책들을 읽으며 자신의 언어 세계를 계속해서 확장시키고, 그 확장된 표현 안에서 농축된 엑기스와 같은 쉽고 단순한 문장들을 탄생시킨 것이었다.


그럼 왜 이렇게까지 독서 투쟁을 하며 언어의 세계를 확장시켜야 할까?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이 남긴 유명한 말이 있다.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다.’


새로운 외국어를 배우는 것 또한 나의 세계를 확장시키는 일이며, 이뿐만이 아니라 모국어로 내 머릿속의 생각들을 꺼내어 더 풍부하게 잘 표현할 수 있는 능력 또한 나의 세계를 확장시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5. 성장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투쟁가'다.

정리하면 나는 3월 한 달 동안,

등가 교환으로 원하는 정신적 역량을 얻기 위해 새롭고 낯선 환경에 날 밀어 넣는 일들을 계획하기 시작했고, 나의 세계를 확장시키기 위해 독서 투쟁으로 읽히지 않는 책들을 읽으며 새로운 언어 체계에 대한 인풋을 점차 늘리기 시작했다.


나 자신으로 살고자 하는 사람은 어쩌면 누구나 투쟁가일 것
- 헤르만헤세 -


정신적 차원을 높이기 위해선 각자만의 ‘투쟁’이 필요하다. 투쟁이란 ‘극복하기 위한 싸움’이라는 뜻이니, 자신과 투쟁을 하는 일은 당연히 쉽지 않다. 그러나 물리법칙이 고차원의 시공간으로 무대를 옮기면 진정한 아름다움과 위력이 빛을 발하기 시작하는 것처럼 사람은 정신적 차원을 높이기 위해 꾸준히 자기 자신과 투쟁하고 성장할 때 가장 빛난다.

미치오 카쿠 <초공간>

3월의 시작점 위에서 나는 극심한 갈증과 고민으로 아직 겪어내지 않은 3월 한 달이 막막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3월의 끝점 위에서 이번 한 달을 바라보니 갈증과 고민이 아직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정신적 차원을 높이기 위한 실마리들을 아주 잘 찾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덕분에 4월을 맞이하는 시작점 위에서 나는 나의 4월이 기대가 된다. 또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아니 내가 또 어떤 생각들을 키우고, 어떤 일들을 만들어 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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