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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말 Aug 05. 2024

고깃국과 어머니  '눈물은 왜 짠가'

함민복

지난 여름이었습니다.     


가세가 기울어 갈 곳이 없어진 어머니를 고향 이모님 댁에 모셔다 드릴 때의 일입니다. 어머니는 차시간도 있고 하니까 요기로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한평생 중이염을 앓아 고기만 드시면 귀에서 고름이 나오곤 했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나를 위해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시는 마음을 읽자 어머니 이마의 주름살이 더 깊게 보였습니다.    

  

설렁탕집에 들어가 물수건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습니다. "더울 때일수록 고기를 먹어야 더위를 안 먹는다. 고기를 먹어야 하는데… 고깃국물이라도 되게 먹어둬라. " 설렁탕에 다대기 양념을 풀어 한 댓 숟가락 국물을 떠먹었을 때였습니다. 어머니가 주인아저씨를 불렀습니다.     

 

주인아저씨는 뭐 잘못된 게 있나 싶었던지 고개를 앞으로 빼고 의아해하며 다가왔습니다. 어머니는 설렁탕에 소금을 너무 많이 풀어 짜서 그런다며 국물을 더 달라고 했습니다. 주인아저씨는 흔쾌히 국물을 더 갖다 주었습니다.    

 

어머니는 주인아저씨가 안 보고 있다 싶어 지자 내 투가리에 국물을 부어주셨습니다. 나는 당황하여 주인아저씨를 흘금거리며 국물을 더 받았습니다. 주인아저씨는 넌지시 우리 모자의 행동을 보고 애써 시선을 외면해 주는 게 역력했습니다.     

 

나는 그만 국물을 따르시라고 내 투가리로 어머니 투가리를 툭, 부딪쳤습니다. 순간 투가리가 부딪치며 내는 소리가 왜 그렇게 서럽게 들리던지 나는 울컥 치받치는 감정을 억제하려고 설렁탕에 만 밥과 깍두기를 마구 씹어댔습니다.  

             

그러자 주인아저씨는 우리 모자가 미안한 마음 안 느끼게 조심히 다가와 성냥갑 만한 깍두기 한 접시를 놓고 돌아서는 거였습니다. 일순, 나는 참고 있던 눈물을 찔끔 흘리고 말았습니다. 나는 얼른 이마에 흐른 땀을 훔쳐내려 눈물을 땀인 양 만들어 놓고 나서, 아주 천천히 물수건으로 눈동자에서 난 땀을 씻어 냈습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눈물은 왜 짠가.          




나는 이런 시가 좋다.

관념조가 아닌 

경험해 보지 않고서는 쓸 수 없는 시.

어머니와 아들, 그리고 식당 주인아저씨 모두가

따뜻한 밥 한 끼에 가슴이 뭉클해지며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밥 앞에서 오가는 모자간의 사랑이 미안해하지 않도록

오히려 깍두기 한 접시를 넌지시 갖다 놓으며 

때로는 외면해 주는 것이,

때로는 못 본 척해 주는 것이, 

때로는 거짓말인 걸 알면서도 믿어주는 것이,

사랑이라고 알려주는 설렁탕집 주인아저씨.

나도 그런 따뜻한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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