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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말 Jul 22. 2024

사랑이 오고 있다면 '배를 매며'

장석남

아무 소리도 없이 말도 없이     

등뒤로 털썩     

밧줄이 날아와 나는     

뛰어가 밧줄을 잡아다 배를 맨다     

아주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배는 멀리서부터 닿는다     

사랑은,     

호젓한 부둣가에 우연히     

별 그럴 일도 없으면서 넋 놓고 앉았다가     

배가 들어와     

던져지는 밧줄을 받는 것     

그래서 어찌할 수없이      

배를 매게 되는 것     

잔잔한 바닷물 위에     

구름과 빛과 시간과 함께     

떠 있는 배     

배를 매면 구름과 빛과 시간이 함께     

매어진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사랑이란 그런 것을 처음 아는 것     

빛 가운데 배는 울렁이며     

온종일 떠 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사랑을 하고 싶어 한다. 

이 세상에 사랑이 꼭 있어야만 살아갈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사랑을 한 번이라도 주어 본 사람이라면

혹은 한 번이라도 받아본 사람이라면

사랑이 

세상에서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며 

나의 삶을 송두리째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삶의 방향을,

삶의 가치가,

삶의 방식이. 


동시에 사랑은 부산하다. 

머리로 할 수 없으며 행동을 유발한다. 

상대방의 기쁨과 행복을 위해, 

생각과 말과 행동을 바삐 움직인다. 

무엇을 줄까, 무엇을 할까. 


흔히 이렇게 말한다. 

'행동이 뭐가 중요해? 마음이 중요하지.'

여기에서의 마음은 진짜 마음이라기 보다 관념에 가깝다.  

머리로 하는 것은 지식이지 사랑이 아니다.  

 

하지만 사랑은 본능과 이성 사이에서 놓인 저울과 같아서

우리가 저울에 올라서는 순간, 수평을 이루며

그 사랑을 지켜가기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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