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4]행복하다의 이해–냉소적이라는 부정

I. 과목명: 어른의 기술

by 고임

나는 중2병이 심했다. 내 중2병은 남들보다 훨씬 일찍 와버렸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고부터는 동성 친구와 운동 말곤 같이 노는 게 재미없었고 점차 이성 친구들에게만 관심이 가게 되었다. 중학교를 입학하고부터는 항상 많은 편지를 받고, 많은 선물을 받는 것을 훈장처럼 여기며 나의 존재의 이유를 찾았던 것 같다.

음악에 대한 생각이 깊어질 때쯤, 다른 사춘기 청소년들처럼 세상을 멀리하고 내 세계에만 갇혀 지내며 냉소적인 아름다움이라는 것에 심취해 버렸다. 그때당시엔 모두에게 친절한 친구보다 약간은 시크한 친구들이 이성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았는데 아무래도 그 이유로 내가 그런 성향을 옳다고 생각하게 된 듯하다. 또 결정적인 트리거는 ‘파리의 연인’이라는 드라마였다. 극 중 주인공인 박신양의 귀티 나고 냉소적인 캐릭터는 가끔 여자주인공에겐 츤데레인 모습까지 내게 너무 큰 충격이고 큰 자극이었다.




입시 준비를 하면서 내가 해야 하는 드럼 연습이나 음악 공부에 대해선 더 좋아하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지만, 또래의 평범한 일상과 다른 멋진 모든 것들을 멸시하고 멀리했다. 삐뚤어진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고 고귀한 음악을 제외하면 다른 것들은 그저 쉽고 하찮다 생각하려 했다. 사람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시크와 시니컬을 구분하지 못했다. 사실 그 당시 내가 원했던 건 세련됨과 쿨한 시크였을 텐데 시크보다 쉬운 선택이었던 냉소적이고 부정적인 시니컬이 마음 깊은 곳에 자리를 잡아버렸다.


어린 내 눈으로 봤을 때, 내게 이득이 되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고 딱히 득이 없어 보일 땐 아주 냉소적인 사람으로 보이길 원했다. 그게 쿨하고 멋진 것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이러한 생각들과 태도는 대학을 입학하고 머지않아 내가 생활하는 사회가 넓어지면서 여러 문제를 낳았다.


내 섣부른 판단으로 사람을 재단하고 급을 나누어 차별하는 것에 익숙해졌고 사람들에게 호의적인 관심을 받을 때, 무반응과 쳐내기 태도를 보이기 일쑤였다. 어릴 적 생긴 이런 잘못된 성격은 점차 여러 실수들을 유발했다. 이런 태도는 당시 내가 가졌던 좋은 탤런트들을 완전히 가리며 사람들에게 나를 불편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그건 내가 아니었다. 나는 누구보다 사람을 좋아하고 친절하기를 원하며 관심을 주고받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는데 말이다.




잘못 자리 잡은 내 마음의 병은 인생에 몇 번 안 올 여러 커리어적 기회들을 날렸고 본능적으로 내 자아는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 아우성쳤다. 나는 딱 서른이 돼서야 정신이 들었다. 뒤돌아봤을 때 이미 많은 것을 잃었지만, 그만큼 나에게 남아준 이들에 대한 고마움을 크게 느꼈다.


행복하다는 것은 내가 가장 나다울 때 느껴지는 감정이다. 가령 베짱이에게는 햇살이 살짝 비치는 나무 밑 그늘에서의 낮잠이, 개미에게는 쉼 없이 움직이고 있는 일터가 행복일 것이다. 나다운 것에 대한 고찰이 끝난 어른들은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어디에서나 자신감 있는 태도를 보이며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감을 준다. 10대 후반과 20대 내내의 나는 사실 행복하지 못했던 것이다.

서른 전 만난 사람들에게 난 그때의 내 모습으로 평생 남게 될 것이다. 되짚어보면 음악 씬 안에서 활동하는 내 모습들 또한 내 진짜 모습이 아니었던 것 같다. 활동하며 만난 모든 이들에게 조금 더 친절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했고 어쩌면 그들에게도 냉소적으로 대한 내 태도가 그들에게 상처가 됐을지도 모르겠다.


가족에게도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 좋아하고 애틋한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고 나쁘고 부정적인 말들을 뱉었다. 그저 성공과 완벽을 쫓아 나를 포기한 안타까운 어린 어른이었다.



지금의 나는 완전히 달라졌다. 멋진 동성을 보면 일말의 질투 없이 정말 멋진 사람이라 진심으로 칭찬할 수 있고, 곁에 두기 괜찮은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당기며 마음을 받는 것보다 주는 것에 행복을 느낀다. 이것은 내가 사랑을 받는 것보다 줄 때에 내 마음속 사랑의 그릇이 커지고 깊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릇은 점점 더 커지고 내가 베푸는 만큼 사람들은 나를 좋아해 주고 그 사랑은 다시 내 마음속 그릇에 가득 차며 순환된다.

요즘 특히나 이러한 사랑이 고갈되고 인생에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많은 사람들이 심리 치료나 상담을 받는다. 심리 치료에서의 정석은 과거에 어떤 충격이나 사건이 지금의 나를 만들게 되었는지 파악하고 스스로를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한다. 이처럼 나를 아는 것이 심적으로 안정되고 행복해지는 것에 가장 중요하다.

항상 정서적으로 안정적이고 즐거워 보이는 사람은 ‘나’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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