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는 태어나면서 마음속에 하나 가지고 있는 하얀색 방이 있다.
성장하면서 이 하얀 벽에 많은 것을 그려 넣었다. 예쁜 그림이 그려지기도 했고 사진을 붙이기도 했으며 나쁜 말이나 추억들이 그려지기도 했다. 언제까지 그려야 될지 항상 궁금하긴 했는데 아직도 그리는 중이네. 이 방을 어떻게 꾸며야 할지.. 어떤 색깔로 색칠해야 할지.. 참 막막해할 때도 있었다. 내가 경험한 일들로 예쁜 색깔로 그림이 그려지기도 하고 아주 이상한 그림이 그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 그림은 전시하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방이 아니라서 괜찮다. 정말 다행이다.
매일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경험한 일들을 그림을 그리면 방이 모자랄 것 같다고 생각한 날도 있었다. 그런데 내가 하루하루 살다 보니 이 방의 크기도 커졌다. 많이 커졌다고 느껴질 땐 내가 그림 그리는데 벅차지 않을까 했었는데 그건 또 그 나름 그릴 수 있었다. 그림을 그리는 일은 정말 보람찬 일이야. 내가 그린 그림들을 돌아보면 '내가 이렇게 살아왔구나.'하고 기억이 났다. 그때 느꼈던 감정, 상황들이 생생하게 떠오르면서 이런 때에 내가 이렇게 느낀 적도 있었네. ‘나도 의외로 생각도 많고 감수성이 풍부했잖아?’하고 느끼게 만든 어린 시절도 있었다.
이미 경험해 본 일들을 다시 경험하면 더 멋진 그림이 나오기도 한다. 어떤 디테일을 그려야 하는지 보이기도 했어. 처음에는 네모를 그리면 선 네 개로 그려진 네모를 그렸다면 그다음에는 정육면체 상자를 그릴 수도 있고 네모로 이루어진 건물을 그릴 수도 있었다. 상상력도 풍부해지고, 사물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도 달라진 것이다.
나는 마음 인테리어라는 단어를 하나 정의하고 싶다. 인터넷에 찾아보니까 집이나 방 인테리어 한 방법이나 과정은 많이 나오는데 마음 인테리어나 집들이했다는 말은 없었다. 나는 새로운 단어를 하나 정의하기로 했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상황에서 마음 인테리어를 해야 한다. '내가 이렇게 하니까 잘 안 됐는데 저렇게 하니까 쉬웠다.'는 DIY방법도 공유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비전문가이고 잘 안 돼서 중간에 포기해야 하나 싶은 적도 많았다. 평범한 사람으로 내 마음 인테리어 했던 과정을 소개하고 싶었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데.. 나는 그림을 잘 못 그린다.
나는 유종의 미를 거두는 화가이다. 이 말인즉슨, 처음부터 중간까지는 엉성하고 엉망이다. 중간에 그리는 과정을 보면 도대체 뭘 그리고 싶은지 모르겠지만.. 이쯤 하겠다. 하지만 완성을 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보면 나름 뿌듯한 일이다. 완성을 하지 못하고 완성을 해도 맘에 들지 않으면 다시 그려야 하니까 완성에 의미를 두는 것이다.
한 가지 일을 포기하지 않고 완성했다는 점은 성취감과 만족감을 준다. 사소한 일이라도 완수하는 게 쌓이면 더 큰 일을 할 자신감을 얻게 된다. 게임을 하면 퀘스트를 하고 보상을 받는다. 처음에는 사소한 걸 시키다가 점점 더 어려운 걸 시킨다. 그 레벨에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큰 일을 하려고 하면 쉽게 실패할 수 있고 다시 도전하기 어려워한다.
처음에는 할 수 없던 일도 경험과 능력이 쌓이면 어렵지 않게 성공할 수 있다. 우리의 마음가짐이 바뀌는 것이다. 마음의 방을 꾸밀 때 처음부터 전문가처럼 잘 꾸밀 수 없다. 하지만 그 나이 때마다 꾸밀 수 있는 능력과 보는 시각이 달라져서 방을 꾸미는 일을 더 잘할 수 있다. 우리가 꾸며야 하는 방은 처음엔 아주 작다. 방을 꾸밀 수 있는 능력이 작기 때문인데. 나이가 들어갈수록 선택의 폭과 생각의 폭이 넓어질수록 섬세하고 다양하게 꾸밀 수 있다.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내 마음을 잘 돌보지 못했다고 벌써 실망하고 포기하지 말자. 정성 들여서 마음의 방을 돌보고 쓸고 닦고 시간을 들이면 누구보다 내면이 강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처음부터 내면이 강하고 자신을 잘 돌보는 사람은 없다. 마지막 완성한 사람은 천천히 시간을 들여서 자신의 내면을 살피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어릴 때부터 많이 연습한 사람이다.
공부를 잘한다고 해서 자신의 내면을 잘 가꿀 수 있을까? 돈이 많으면 더 예쁘게 내면을 가꿀 수 있을까? 내가 생각한 대답은 ‘아니요’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비교적 많은 사람들이 내면을 가꾸는데 힘들어하는 것 같다. 내면을 가꾸는 방법에 대한 책과 강연들이 쏟아져 나온다. 들을 때 너무 공감이 가고 다 맞는 말 같지만 그게 다 나에게 적용되는 건 아니다.
이 말인즉슨,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는 일은 다른 사람이 해줄 수 없다. 그런 강연이 틀렸다고 하는 게 아니다. 그 강연을 하는 사람은 자신이 노력해서 자신의 내면을 가꾸고 그런 비결을 알려주는 것이다.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다. 어떤 게 나에게 맞는 방법인지 몰라서 도서들을 읽고 강연을 보고 듣고 많은 시간을 들였다. 결국 내가 찾아야 하는 거다. 나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다 보면 나만의 마음의 방을 꾸미게 될 거다. 이 브런치 책에서 내가 왜 내 마음의 방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꾸미게 되었는지, 내가 어떻게 마음의 방에 그림을 그릴 수 있었는지 썼다.
성향에 따라서 더 빨리 내면이 강한 사람이 되기도 하고 남들보다 천천히 내면이 강한 사람이 되기도 한다. 나는 후자였다. 그렇다고 해서 못 살아가진 않으니 전자이든 후자이든 내면을 가꿔야 하는 것이다. 나는 마음을 가꾸는 걸 완성하는데 의미를 두기로 했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 잘 그린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그림 그리는 방법도 찾아보고 강의들을 사서 들을 수도 있다. 예전에는 그림을 못 그리면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에게 부탁해야 했는데 지금은 못 그리는 사람도 천천히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도와준다. 그림을 못 그린다 해도 포기하지 않고 정성 들여 그리다 보면 나만의 그림을 완성할 수 있다.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어 회사를 알리고 상품을 파는 퍼스널 브랜딩이 인기 있는 마케팅이다. 나만의 스토리를 어떻게 만들어? 멋진 회사 이름을 어떻게 짓지? 고민이 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럴 때 나를 잘 아는 친구들에게 가서 물어봐도 되고 부모님에게 가서 저는 어떤 사람이에요? 하는데 나를 잘 아는 사람은 나 자신이야. 내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여기저기서 재료를 얻을 수는 있지만 결국 내가 생각해내야 한다.
그러니 그림을 못 그리는 사람도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그려 보길 바란다. 당신의 그림은 당신밖에 못 그리니 그것만으로도 가치가 엄청나니까. 당신의 사연이 담겨있고 똑같은 상황은 없다. 사람마다 느끼는 바가 다르고 표현하는 방법이 달라서 재밌는 그림들이 탄생한다.
요즘 MBTI로 나를 알아가고, 다른 사람도 알아간다. 그런데 16가지로 딱 정의되는 사람은 없다.
거기에 맞춰살아가는게 아니라 진짜 나를 내가 알아가는 작업도 필요하다.
나는 MBTI가 3번 바꼈는데 설명지를 보고 나서 몇개는 해당이 되는데 몇개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느낀적도 있었다. 어 넌 ENFP인데 왜 이렇게 해? 라고 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나는 나를 알아가기 위해 내가 가진 방을 다시 한번 더 자세히 찬찬히 들여다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