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공장에서 찍어낸 듯 똑같은 무늬가 반복되었다.

by uyen

추억이 겹치는 세대들이 있다.

나의 세대에서는 버디버디랑 싸이월드, 컴퓨터 게임을 많이 했었다.

그때 내가 했었던 게임으로는 큐플레이, 크레이지 아케이드, 카트라이더, 메이플스토리, 알투비트 등이 있다.

그중에서도 메이플스토리를 주구장창 했다.

한 번은 초등학교 방학 때 한 달 동안 메이플스토리를 했다. 거의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 게임을 한 것 같다.

게임 조작법에 따른 키보드 조작을 다 외워서 했다. 게임을 꽤 많이 하면 이제 몇 시간 지났으니 쉬었다가 하라고 안내 문구가 뜬다. 그래도 계속해서 오래 하면 이제 게임을 종료하세요.라는 문구가 뜬다.


메이플스토리할 때 누군가 내 계정에 접속했다는 문구가 뜰 때가 있었다. 해킹을 당한 거다.

내가 방학 동안 어떻게 키워놨는데... 너무 열이 받아서 바로 비밀번호를 아무거나 바꿨다. 사실 정말 키보드를 아무거나 눌러서 뭘 눌렀는지조차 기억을 못 했다. 그게 시작이었다.


정상적으로 비밀번호가 변경되었습니다.

바꾼 비밀번호로 로그인하세요...


비밀번호 찾기를 하러 갔더니 비밀번호 전체는 안 나오고 비밀번호 뒤 4자리는 ****으로 나왔다.

그때부터 찾기 시작했는데 결국 안돼서 그 계정을 포기했다.^^


우리 타자 속도의 8할은 큐플레이 올라타자이다. 아무리 해도 상위권 사람들을 이길 수는 없다.

범접할 수 없는 속도로 사람들이 올라가기 시작한다. 나는 항상 하위권이었는데도 300타는 나온다.

크레이지 아케이드, 카트라이더는 고인물의 세계이다. 그냥 고여 있다.

크레이지 아케이드는 물풍선 터뜨리기를 하는 구간에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미 진 거다. 바늘이 무한대로 있어도 되지 않는다. 카트라이더는 어떻게 저렇게 빨리 가지 했었는데.. 유튜브를 보면서 의문이 풀렸다. 나는 차이나 서안 병마용 맵을 좋아했다.


하루는 내 친구가 바다에 놀러 갔다가 휴대폰을 잃어버려서 휴대폰 가게에 가는데 같이 가달라고 했다.

혹시 찾을 방법이 있는지 물으러 갔는데 내 친구가 너무 수줍어서 말을 못 하고 계속 가만히 있었다.

그래서 내가 옆에 있다가 답답해서 친구 대신 "휴대폰 실종신고 하러 왔어요." 하고 당차게 말을 했다.

그 순간 휴대폰 매장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다 웃음이 터졌다.

잘못 말했는데 내 딴에는 친구가 말을 못 하고 있으니까 답답해서 크게 말하니 다 들으신 거다.

왜 웃으시지...? 하고 있는데 가게 직원분이 웃으시면서 "휴대폰 인상착의가 어떻게 돼요?" 하고 물으셨다.

자기 전에 이불 킥했다. 친구도 휴대폰은 찾지 못했다.

(ps. 피키캐스트에서 이 사연을 읽은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게 바로 나였다.)


동일한 친구인데, 초등학교 때 수학여행 가는 버스 안에서 휴대폰을 손에 쥐고 버스 창문 밖으로 팔을 뻗고 있다가 손에 힘이 빠져서 잃어버렸다. 그 휴대폰도 찾지 못했다.

부모님한테 많이 혼났을 거다.


학교에서 튀지 않고, 조용히 평범하게 지내고 싶어 했던 것 같다.

무늬가 똑같은 벽에 하나만 삐죽 튀어나와 있으면 그 부분만 확대돼서 보이는 것처럼..

학생 때는 남들과 똑같은 무늬로 벽을 많이 채웠다.


친구가 없을 때도 있었고,

친구가 많이 있을 때도 있었다.


이 당시에는 친구가 없으면 전전긍긍하게 되고, 너무 외롭고

주변에 눈치도 많이 보게 되고, 밥도 혼자 먹으러 가야 하고,

학교 가기 싫을 때 너무 많고 그렇다.

친구와 싸운다고 해서 너무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그 당시에는 생각이 너무 많고, 이대로 친구가 없으면 어떡하지.. 하고 눈물이 나기도 한다.

또 다른 친구들과 놀 수도 있고, 나중에 화해해서 다시 사이가 좋아질 수도 있다.

괜찮다.


내가 처음에 고등학교를 가지 않고 검정고시를 치려고 했었다.

부모님이 말리셨다. 그때는 더욱 그런 케이스가 없었다. 그리고 학교에서 경험하는 사회생활을 겪어보고 사회에 나가길 원하셨다.

학교는 나랑 맞는 사람과도 지내보고, 나랑 맞지 않는 사람들과도 지내보는 거다.


학교를 다닐 때 좋아했던 과목은 영어, 사회, 체육 이렇게 세 가지 과목이다.

그 외에 과목에는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영어에 흥미가 있었던 이유는 어릴 적 통역사가 통역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저렇게 외국어를 잘하고 싶다고 생각해서 통역사가 되고 싶었다. 매일 학교 갔다가 집에 돌아오면 밤에 자기 전까지 영어 공부했다.

친구들은 내가 공부를 전혀 안 하는 줄 알고 있었다.


미술 잘하고 그림 그리기 좋아하는 애들이 그림을 몇 시간이고 그리는 것처럼

나는 발음이 될 때까지 말하고, 영어 책을 읽고, 유튜브로 영어 동영상을 봤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모르니까 내가 좋아하는 요리를 주제로 잡고 봤다.

제이미 올리버의 제이미 쿡

ByronTalbott 유튜브 채널


고1 때는 원어민 선생님과 영어로 대화했다.

영어 말하기 동아리에 들어갔는데, 들어가기 전 원어민 선생님과 영어 인터뷰를 해야 했었다.

"안녕하세요 저 영어 동아리 가입하고 싶어요."

"왜 가입하고 싶어?"

"저 영어를 배워서 통역사가 되고 싶어요. 이 지역에는 외국인들이 많이 살고 있어서 통역사 직업이 필요한 것 같아요."

"어떤 언어 통역사가 되고 싶니?"

"음.. 영어, 한국어요."

"좋아. 우리 동아리 들어와. 다음 주에 보자"


고등학생 때, 원어민 선생님과 많이 대화했다.

하루는 원어민 선생님이 점심시간에 자전거 보험에 가입하고 싶은데 상담원과 원어민 선생님이 직접 통화해야 했다. 그런데 한국어를 잘 못하시니 나한테 통역을 도와달라고 부탁하셨다. 스피커폰으로 설정해서 상담원이 말하는 내용을 영어로 통역하고 원어민 선생님이 말하시는 걸 한국어로 통역했다.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다.


통화 내용은 간단했다. 얼마나 자주 자전거를 타는지, 음주 여부와 더불어 몇 가지 질문을 더 하셨다.

통역을 처음 해보는 지라 너무 떨렸다. 무사히 자전거 보험을 가입하셨다.


학교에서 글쓰기 대회가 있으면, 나가서 상을 탔다.

상금으로 문화상품권을 줬다. 사실 내 목적은 여기에 있었다.

문화상품권으로 제휴 프랜차이즈 식당에서 사 먹었다.

가정 형편이 피자도 못 사먹을만큼 안 좋진 않았는데,

어릴 때 아토피가 있어서 부모님이 인스턴트 식품을 거의 사주지 않으셔서 내 용돈으로 조금씩 사먹었었다.

그래서 글쓰기 상금을 싹쓸이 했었다. 동기부여가 확실했다.


책 읽기를 좋아해서 학교 도서관에 있는 책을 거의 읽었던 것 같다.

도서관 행사를 하는데 퀴즈에 나온 정답이 무슨 책인지 맞출 수 있었다.

1인당 1개씩만 맞출 수 있어서 정답 책은 내가 다 찾고 친구들과 나눠가졌다.


공부를 썩 잘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내가 생각할 때 필요한 공부는 했었다.


같은 교복을 입고 같은 시간표에 따라 공부한다.

그래서 다 똑같은 무늬로 보이기도 한다.

이때는 차별점이 뚜렷이 보이지 않는다.


같은 추억을 공유한 친구들이 있기 때문에..

나에 대해 많은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그냥 1년에 한번 만나도 편한 친구이다.

학생때처럼 자주 만나지 못하는 게 아쉽긴 하지만,

학창시절 가장 재미있었던 추억을 공유한 친구들이 있다.


학교에서 또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나에게 맞는 사람들을 찾게 되는데

친구가 많으면 좋겠지만,

친구가 많은 것보다 내 사람인 사람들이 있는 게 더 좋다.


손에 꼽을 정도로 한두 명만 있어도 된다. 사소한 걸로 맨날 투닥거리고 시비 걸고 장난치지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달려와줄 사람들이다. 나는 20살이 되고 나서 이 친구들이 생겼다.


친구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에도 친구 세명 나란히 장례식장 앞에 나와서 쭈쭈바 먹으면서 홍삼스틱을 챙겨줬다. 쓰러지지 말라고.. 우리는 3일 내내 저녁마다 자리를 지켰다.

서로의 결혼을 항상 걱정해 주지만 다 결혼 못할 것 같다. 성격들이 다 이상해서...

내가 친구의 결혼식 사회 봐준다고 했는데 친구가 웃으면서 결혼식 망칠 거냐며 청첩장도 안 보내준다고 한다.


만나면 아무것도 안 해도 같이 있으면 웃고 있다. 힘들면 속 얘기 다 털어놓고 엉엉 울 수 있는 친구 몇 명으로 일상이 행복하다. 이 사람들을 잃는다는 건 생각도 하기 싫지만, 너무 힘들 것 같다.

내 마음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함께 한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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