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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크슈타인 Oct 06. 2024

별빛 아래 운명의 잔을 들어

저 하늘 와인 잔을 닮은 컵자리


" 저 하늘 와인 잔을 빼닮은 컵자리,

  그 잔에 붉은 와인을 가득 채워

  아로마 향기 속 너와 내가 서로를 마주하며

  별빛 아래 사랑을 속삭였지 "




미끄러운 바다뱀 위 아슬아슬한 그 자리
사자와 처녀는 조용히 마주 앉았네
까마귀의 방해에도 붉은 와인 잔에 가득 채워
서로의 눈을 보며 우린 사랑을 함께 마셨네


별빛은 어둠을 가르며 부드럽게 감싸고
끝날 것 같지 않던 영원의 순간,
그러나 사자는 더 큰 운명의 부름에 몸을 맡겨
끝없는 북두칠성의 길로 떠나 버렸지


홀로 남은 처녀 그 자리에 무너져
빈 잔 바라보며 비탄에 잠기네
별빛 아래 그대의 온기
아직도 하늘에 맴돌고 있는 것 같아


잔 속의 와인은 더 이상 붉지 않고
가득 찬 슬픔과 기다림만을 선물로 받은 채

그리움 속 떠나간 사랑 추억하며
끝없는 밤하늘만 쳐다보고 있다네





와인과 밤하늘을 매개로 사랑을 노래하는 시를 쓰고 싶었는데, 문득 생각해 보니 하늘에 와인 잔과 비슷하게 볼 수 있는 별자리가 있다면 좋을 것 같더군요.  저 밤하늘에 떠 있는 와인 잔에 아로마 향기 가득한 와인을 한잔 부어 그대와 나누고 싶어라..  그래서 찾아보았더니 와인 잔은 없지만, 비슷하게 '컵자리'가 있었습니다.


바다뱀(자리)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게다가 까마귀(자리)의 귀찮은 방해를 받으면서도 사랑을 키워온 용맹한 사자(자리)와 처녀(자리)!  둘은 와인 잔에(컵자리) 붉은 와인을 가득 채워 아로마 향기 속에 서로를 마주하며 별빛 아래 사랑을 속삭였지요. 그러나 결국 사자는 더 큰 운명에 몸을 맡겨 북두칠성을 향해 떠나가고 홀로 남은 처녀는 상심에 잠겨버렸네요...  

별자리들의 배치를 보고, 실제 신화 속 이야기가 아니라 제가 멋대로 상상해 보며 이야기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컵자리(Crater)는 와인 잔과 비슷한 형상을 지닌 별자리로, 그리스 신화에서 아폴론의 잔을 상징하는 별자리입니다. 이 별자리는 Hydra라는 물뱀자리의 등에 올라타 있는 모습으로 그려지며, 주로 남반구에서 볼 수 있는 작은 별자리 중 하나인데 신화에 따르면, 전장에서 갈증을 느낀 아폴로가 그의 까마귀에게 물을 가져오라고 했으나 까마귀가 나무 열매를 먹느라 시간을 지체한 후 거짓말을 한 벌로 이 잔과 함께 하늘에 던져졌다고 합니다. 이 잔은 항상 까마귀가 볼 수 있는 위치에 있지만, 그 잔을 사용할 수 없는 것으로 묘사되지요.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존재했던 유서 깊은 별자리 기는 하지만 이 컵의 주인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상당히 분분해서 누구를 컵의 주인이라고 정확히 가려내기가 힘들다고 하네요. 디오니소스(바쿠스)의 술잔이라고 하는 설이 있는가 하면 아폴론의 잔이라고 하는 설도 있고, 그리스 신화는 아니지만 성경에 등장하는 노아의 포도주잔이라는 설도 있다고 하네요. 유력하지 않은 전승 중에는 메데이아가 마술에 사용했던 커다란 솥 혹은 마법의 약초 즙을 따른 잔이라는 설도 있다고 하고요.



이 컵자리의 잔이 누구 것인지를 논할 때 언급되는 이야기를 보면 웬만한 신화나 전설 속의 술잔들은 거의 다 나오는 듯하답니다.


전 그냥 와인 잔인 것으로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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