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26] '왜'에 대한 집착
D-226. Sentence
'왜'에 대한 집착
느낌의 시작
퍼스널 브랜딩에 대한 두번째 책을 읽기 시작했다. 『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 이 책을 처음 본 건 도서관이 아니라, 코밀커피였다. 우연히 눈에 들어온 표지가 유난히 단호해 보였다. 그때는 책에 꼽혀있던 카페사장님의 메모만 봤을 뿐, 그냥 지나쳤지만, 이상하게도 며칠 동안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커피향이 감돌던 그날의 코밀커피 창가에 앉아 읽기 시작했던 장면을 떠올리며 오늘은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몇 장 읽지도 않았는데, 이 책은 가볍게 읽히면서도 쉽게 흘려보낼 수 없는 문장이 많았다. 내 마음을 툭툭 두드리며, 그동안 모른 척하고 있던 질문들을 건드렸다. 그중에서도 한 문장이 유독 오래 남았다.
‘왜’에 대한 집착
나는 그동안 왜를 묻지 않고 살아왔구나. 그저 오늘의 할 일을 쓰고, 주어진 자리를 지키며, 무언가를 완수해내는 것에만 몰두했지 그 일이 왜 나를 움직이게 하는지는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책을 덮고 나서도 그 ‘왜’라는 단어가 자꾸 마음을 맴돌았다.
마음의 흐름
금요일마다 퍼스널 브랜딩을 주제로 정기 모임을 갖기로 했다. 이번 주가 두 번째 모임이었다. 세 명이 모여 각자의 생각을 나누고, 서비스로 만들 수 있는 아이디어들을 이야기하는 자리. 첫 모임 이후, 나는 머릿속이 바빠졌다. 그 사이 도서관에서 퍼스널브랜딩에 관련된 책을 빌려 읽기 시작했고, 책 속 문장들이 자꾸 마음을 두드렸다. 그러다 보니 아이디어가 자꾸 떠올랐고, 이것저것 제안하며 열심히 말을 꺼냈다. 그러자 인문학을 전공한 언니가 조용히 말했다. "형식적으로 아이디어를 쌓는 게 아니라, 왜 우리가 이걸 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먼저 알아야 해. 그걸 느끼지 못하면 누구에게도 닿지 않아." 맞는 말이었다. 나는 왜 이 일을 하고 싶은 걸까? 왜 퍼스널 브랜딩을 공부하고, 글을 쓰며, 전문가가 되고 싶어하는 걸까? 나는 왜 매일 아침 두 아들과 함께 성경을 읽으며 하루를 시작할까. 왜 불광천을 달리고 또 달리는지, 왜 논문을 쓰고, 왜 매일 브런치스토리를 쓰고 있을까. 겉으로는 ‘해야 하니까’라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어쩌면 그 모든 일들이 내 정체성을 증명하려는 몸짓이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하는 말투, 표정, 행동 하나하나가 이미 나의 ‘브랜드’일 텐데, 정작 그 본질을 묻는 데에는 게으른 채였다. 어젯밤, 첫째 아이와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학원에서 이틀연속 연달아 전화가 오고, 숙제 문제로 아이를 붙잡아 앉혔다. "왜 그렇게 엄마 말을 무시하는 듯 행동하니?" 아이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대답했다. "엄마도, 선생님도, 학교도 다 나를 혼내니까… 혼나지 않으려고 숙제하겠다는데 뭐가 문제예요." 마음이 서늘해졌다. "그러면 하고 싶을 대로 해. 자유롭게 원하는대로 살아." 그랬더니 아이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 망할 것 같아요. 그러니까 엄마 말대로 할께요.“ 자유를 갈망하면서도, 자유를 두려워하는 아이. 혼나지 않기 위해 하는 것과, 진짜 이유를 찾고 싶어 하는 것 사이에서 흔들리는 모습. 그 모습이 어쩐지, 지금의 나와도 닮아 있었다. 책에서는 ‘브랜드’가 ‘거시기’라는 단어와 닮았다고 했다. 확실한 뜻을 갖지 않으면서도 서로의 마음을 가장 정확히 주고받을 수 있는 단어. 아이가 그렇고, 나도 그렇다. 어쩌면 내가 퍼스널 브랜딩이라는 길에 마음이 이끌린 것도 그 ‘거시기’한 상태에서 벗어나고 싶어서일지 모른다. 흐릿하게 남겨둔 본질과 가치, 방향을 이제는 선명하게 붙잡고 싶어서. 부와 명예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 스스로의 이유를 알아내고 싶어서. 공부하고, 파고들고, 헤엄치며 살고 싶어서. 오늘도 나는 ‘왜’에 대한 집착을 놓지 않으려 한다. 그 답을 찾기 위해서라기보다, 오늘이라는 하루를 더 보람차고 가치 있게 채우기 위해서다.
장마라기엔 무덥기만 했던 요즘, 오늘은 창밖으로 선선한 바람과 빗방울이 떨어진다. 오전에 읽다만 책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아직 끝나지 않은 질문들을 품는다. 그리고 또 기대한다. 이 책을 끝까지 읽고 난 뒤, 내 마음 한켠에서 다시 울릴, 그 작고 선명한 ‘아하’를. 얼마 만에 느껴보는 설렘인지, 새삼 고맙다.
내 안의 한 줄
“왜를 묻는 집착이, 나를 더 선명하게 한다.”
** 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할 언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