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로움이 있기에, 삶은 더 선명하다.

[D-275] 살아 있다는 건, 참 아슬아슬하게 아름다운 일이란다.

by Mooon

[D-275.] Sentence

살아 있다는 건, 참 아슬아슬하게 아름다운 일이란다.


@seochoneditor

느낌의 시작


살아 있다는 건, 참 아슬아슬하게 아름다운 일이다. 2025년 가을, 광화문 교보문고 글판에 걸린 문구다. 계절마다 바뀌는 그 짧은 문장을 볼 때마다, 내 마음에도 많은 생각이 지나간다. 이 한 줄을 위해 얼마나 많은 고민이 있었을까. 어떤 문장으로 바뀌든 늘 좋았다. 버스를 타고 스쳐 지나가며 보든, 운전을 하다 우연히 눈에 들어오든, 감정도, 고민도 잠시 멈추고, 생각할 여유를 주는 그 힘이 늘 따뜻하게 다가왔다.



마음의 흐름


살아 있다는 건, 정말 아슬아슬하다. 내게 어떤 일이 닥칠지, 어떤 사람을 만나게 될지, 어떤 상황을 맞닥뜨릴지 아무도 알 수 없다. 특히 가족과 아이들, 부모님이 함께 있으면 긴장은 더 커진다. 두 아들의 학교 번호가 뜨면, 학원 선생님의 전화가 오면, 혹시 부모님 소식일까 싶어 마음이 덜컹 내려앉는다.


2학기가 시작되며 엄마는 주일 저녁이면 용인에서 서울로 올라오신다. 지난 주일, 남편 생일 선물을 사러 아울렛에 가기 전, 함께 가자고 전화를 드렸는데 얼굴 한쪽이 심하게 부어 계신다고 했다. 웬만해서는 병원을 잘 안 가시는 분인데, 주사와 약을 드셔도 차도가 없었다. 새벽이 되어 더 심해진 얼굴을 보며 또 덜컹. 개강일 아침, 꼭 다시 병원에 가시라고 당부하고 무거운 마음으로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학교로 옮겼다.


저녁에 돌아오니 여전히 얼굴은 부었다 가라앉았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다음날 대학병원 예약을 위해 남편이 퇴근 후 엄마를 모시고 야간 진료를 받으러 갔지만, 이 상태로는 대학병원에 가도 소용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혈관 주사와 약으로 지켜보자는 말뿐. 잇몸이 아프다, 수포가 올라온다 하시며 힘들어하시는 모습을 보며 혹시 큰 병은 아닐까, 마음은 조마조마했다.


다행히 오늘 아침에는 얼굴이 많이 나아져 있었다. 하지만 나이가 드시니 병환이 잦고, 기력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 와중에도 요즘 매일 밤늦게까지 회의가 이어지는 나를 대신해 엄마를 모시고 병원에 가주는 남편이 고마웠다. “다 나으시면 맛있는 거 사드리겠다”는 남편의 말에, 엄마가 참 고마워하고계셨다.


비록 생일 식사는 미뤄졌지만, “다 나으시면 그때 함께하자”는 남편의 마음이 위로가 되었다. 살아 있다는 건 참 아슬아슬하지만, 동시에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결국 이 긴장을 감당해내며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것이, 삶을 더 깊게 빛나게 하는 게 아닐까. 오늘도 오늘 오전오후수업, 내일수업준비 등등 정신없이 지나갔지만, 그럼에도 참 아름다운 지금임을 잊지 않으려 한다.



내 안의 한 줄

위태로움이 있기에, 삶은 더 선명하다.


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할 언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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