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정을 즐기는 법, 선물 같은 하루

[D-276]과정에서 재미를 느끼는 게 참 중요한 것 같아요.

by Mooon

D-276. Sentence

과정에서 재미를 느끼는 게 참 중요한 것 같아요.

IMG_9810.PNG @최성운 <사고실험_유태오편>



느낌의 시작


과정에서 재미를 느낀다는 건, 어쩌면 결과보다 더 오래 남는 힘일지 모른다. 긴장과 설렘이 교차하는 새로운 학교에서의 개강 첫날, 낯선 도시와 처음 마주하는 캠퍼스, 언어가 다른 학생들과의 만남까지. 모든 순간이 조금은 어색하고 낯설었지만, 그 안에서 예기치 못한 따뜻함과 즐거움이 차곡차곡 쌓여갔다. 오늘 하루는 ‘과정을 즐길 수 있다’는 말이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실제로 경험되는 진짜 의미임을 보여주었다.



마음의 흐름


연세대 미래캠퍼스에서의 첫 강의. 아침 일찍 KTX를 타고 도착한 원주는 예상대로 한적한 시골길이었지만, 캠퍼스에 들어서는 순간 풍경은 전혀 달랐다. 빨간 벽돌 건물들이 푸른 숲 사이사이에 숨어 있고, 고즈넉하게 빛나는 호수와 숲길이 이어졌다. 오래 가르쳤지만 캠퍼스 자체를 둘러보고 싶다는 마음을 처음 느낄 만큼, 공간이 주는 울림이 컸다.


어제는 오랫동안 이곳에서 강의하다가 다른 학교로 임용되신 선배님께 안부 전화를 드렸다. 이미 내 소식도 알고 계셨고, 교수님들과 학생들이 다들 좋다는 이야기는 예전부터 들려주신 이야기였다. 특히 “캠퍼스가 참 예쁘다, 시간이 나면 숲길도 걷고 호수도 꼭 가보라”는 권유가 마음에 남았다. 오늘 직접 마주한 풍경 속에서 그 말의 의미를 온전히 실감할 수 있었다.


수강생은 9명 중 8명이 중국 유학생. 석·박사 과정이 섞여 있고 한국어 수준도 제각각이라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한 명 한 명 전공과 한국어 이해도를 물으며 대화를 이어가자 조금씩 연결의 감각이 생겼다. 다행히 박사과정 학생이 통역을 도와주었고, 수업은 자연스럽게 디자인 스킬보다는 스토리와 언어의 구조를 강조하는 쪽으로 흘러갔다.


수업을 마치고 두 여학생이 다가와 “천천히 말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이해하지 못하면 반드시 질문하겠다는 말에, 배우고자 하는 태도의 힘을 새삼 느꼈다. 아직 교직원증이 발급되지 않아 서울로 가는 스쿨버스를 타는 게 어려움이 있을까봐 직접 재직증명서를 출력해주고 이곳저곳 알아봐주던 조교 선생님, 낯선 캠퍼스에서 이곳저곳 길을 물으면 가던 길을 멈추고 환하게 대답해주던 학생들의 친절함도 마음을 덥혔다.


돌아보니, 오늘의 기억은 단순히 수업만이 아니었다. 캠퍼스의 공기, 선배님의 조언, 학생들의 태도, 돕는 손길까지 모두가 하나로 이어져, 가르친다는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게 했다. 결과를 넘어, 과정에서 만난 따뜻한 경험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것 같다.



내 안의 한 줄

과정을 즐길 때, 하루는 선물이 된다.


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할 언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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