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화보다 어려운 건, 10분 강의

[D-274] 하루하루를 배워가는 삶

by Mooon

D-274. Sentence

하루하루를 배워가는 삶


IMG_9819.jpg @keyme_coach

느낌의 시작


아빠의 생일 선물은 서프라이즈가 생명이라 믿었다. 두 아들과 함께 아울렛에서 운동화를 사오며 ‘아빠 몰래 작전’을 짰을 때만 해도 기대가 컸다. 그런데 집에 도착하자마자 둘째의 입에서 “구두는 못 사고, 운동화 샀어요!”라는 속보가 흘러나왔다. 그 순간, 깜짝 이벤트는 폭죽 대신 풍선처럼 허무하게 터졌다. 다행이라면, 남편 발에 맞지 않아 다시 아울렛으로 가야 한다는 사실이었을까.



마음의 흐름


오늘 아침은 둘째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불광천을 달리며 시작했다. 머리를 식히고 나니 곧장 해야 할 일들이 밀려왔다. 다시 아울렛으로 향해 운동화를 바꾸는 길, 홀로 여유 있게 매장을 둘러보고 싶은 바람은 결국 물거품이 되었다. 시계를 보며 서둘러 교환을 마치고, 곧장 동네 스타벅스로 자리를 옮겼다. 나를 기다리는 진짜 과제는 ‘엄마 퍼스널 브랜딩 워크숍’의 10분 강의 준비였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늘 브랜드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해왔다. 마케팅 실무자, 대학생, 혹은 이미 공부를 시작한 사람들. 그들과는 전문 용어도 통했고, 복잡한 이론도 어렵지 않게 이어졌다. 하지만 ‘평범한 엄마들’ 앞에서 브랜드를 설명하는 일은 전혀 다른 도전이었다. 그들에게 브랜드는 아직 낯설고, 멀리 있는 단어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주어진 시간은 단 10분.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문득 대학 강단에서의 경험이 떠올랐다. 교수들이 가장 기피하는 학년, 바로 1학년 1학기. 저장은 어디에 하나요, 전체 화면은 어떻게 켜나요, 발표 자료는 어디서 여나요. 처음에는 답답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깨달았다. 모르는 게 당연한 이들에게는 하나하나 천천히 알려주는 것이 오히려 편안한 방법이라는 것을.


엄마들을 위한 강의도 마찬가지였다. 홍천에서 만날 엄마들을 위해 나는 일부러 ‘글로벌 브랜드’ 대신 ‘로컬 브랜드’를 자료에 넣었다. 홍천에서만 유명한 빵집, 동네에서만 아는 카페. “브랜드는 멀리 있지 않아요. 이미 당신의 일상 속에 있어요.”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낯설고 어려운 단어 대신, 그들의 눈에 익숙한 장면을 꺼내 보여주는 일. 그것이 결국 진짜 설득이었다.


오늘 하루를 돌아보니, 배우는 건 결국 나였다. 전문적인 언어를 쉽게 바꾸는 일, 상대의 속도에 맞추는 일, 익숙한 일상을 통해 낯선 개념을 다가오게 하는 일. 그것이야말로 나에게 주어진 공부이자 숙제였다.



내 안의 한 줄

배움은 늘 상대의 눈높이에서 시작된다.


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할 언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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