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73] 나는 나를 브랜딩한다.
D-273. Sentence
나는 나를 브랜딩한다.
느낌의 시작
나는 오늘도 나를 브랜딩한다. 개강 첫날, 새로운 학교와 새로운 학생들 앞에 서니 오래전 기억이 떠올랐다. 강의평가의 아픔으로 다시는 여대에 가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다시 교단에 서 있는 지금의 나는 다르다. 두려움 대신 내 시간을 귀하게 쓰고 싶다는 마음, 그리고 학생들이 각자의 가치를 발견하길 바라는 진심으로 이 자리에 섰다.
마음의 흐름
오늘은 자그마치 2학기 개강날. 게다가 새로운 학교에서의 새로운 수업이었다. 오래전, 모 여대에서 웹모바일서비스 기획 수업을 진행한 적이 있었다. 한 학기 수업 후 강의평가를 보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고, 그 후유증으로 1년은 마음이 참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수업에 대한 평가라기보다 인신공격에 가까운 강의평가가 더 마음을 아프게 한 이유는, 한 학기 동안 나는 전혀 눈치채지 못할 만큼 수업 분위기가 좋았기 때문이었으리라. 그 이후로는 여대 강의는 다시는 나가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내가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올해 아주 오랜만에 다시 여대를 나가게 되었고, 오늘이 그 첫날이었다. 이번 수업은 여러모로 새로웠다. 디자인 전공 학생은 단 1명뿐이고, 서비스디자인공학과, 문화예술경영학과, 간호학과, 기악과, 심지어 법대까지—다양한 전공 학생들이 모여 있는 창의융합 수업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학생들이 가장 회피한다는 월요일 1, 2, 3교시라니. 폐강이 되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는 나만의 고정관념 속에서 첫 수업을 시작했다.
여느 학기와 다름없이 나는 수업을 어떻게 진행할지 방향을 열심히 설명했다. 디자인과 전혀 상관없는 학생들에게 디자인이 무엇인지, 그 누구도 가치 없는 사람이 없음을 이야기하며, 자신만의 가치를 찾아가기 위해 이 수업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그리고 나는 내 시간이 너무 귀하기 때문에 이 수업 또한 귀하고 가치 있게, 마음 다해 감당할 것이라 전했다. 그러니 배울 마음으로 열심을 다할 준비가 안 된 친구들이라면, 다른 수업을 선택하는 게 낫다고도 덧붙였다. 누군가는 그러다 폐강되면 어쩌려고 그런 말을 하냐며, 내가 참 배짱 좋은 교수라고 말한다. 하지만 내겐 진심이다. 노트북으로 다른 일을 하며 앉아 있기만 하는 학생들과 이 시간을 함께하는 건, 비싼 등록금을 낸 그 학생에게도, 열심을 내고자 하는 다른 학생에게도, 그리고 학생들이 자신의 가치를 찾기를 바라는 나에게도 마이너스일 뿐이다.
오늘은 수업 정정이 가능한 주라 다음 주에 최종 수강생이 정리되면 본격적인 수업을 시작하기로 하고, 일찍 마쳤다. 수업을 마친 뒤 한 학생이 찾아와 고민 상담을 했다. 부모님 이야기, 알바를 그만두고 싶은 이야기, 심지어 성형 상담까지… 당황스러웠지만 최대한 다독이며 강의실을 나왔다. 그때 또 다른 학생이 나를 보며 웃고 서 있었다. 수업 끝나고 어디 가시냐 묻는 학생. 순간 당황해 ‘사무실’이라고 엉뚱한 대답을 했는데, 왜 묻냐고 물으니 “교수님이 너무 좋아서요”라고 한다. 두 번째 당황스러움이었다.
이래저래 학교 근처를 빠져나와 퍼스널 브랜딩 실행 전략 관련 책들을 찾아보러 교보문고에 갔다. 처음엔 그냥 동향만 보려 했는데, 공부를 위해서는 밑줄 팍팍 긋고 마음껏 메모할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에 결국 충동구매를 하고 말았다. 나는 나를 브랜딩한다—이런 종류의 실행서를 돈 주고 산 건 사실 처음이다. 평소엔 도서관에서 빌려 스캔하고 패드로 보곤 했는데, 오랜만에 종이 냄새 맡으며 마음껏 낙서하니 속이 다 후련하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나는 나를 브랜딩하고 있다.
책을 펼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반은 읽었다. 결국 책의 핵심은, 나만의 ‘작은 차이’를 만들어 그 ‘사소함’을 꾸준히 쌓아가는 힘이었다. 오늘도 나는 나만의 작은 차이를 위해 무엇을 채워가고 있을까,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오늘 학생들에게 이야기했듯이, 나만의 스토리는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나만의 자산이니까. 좋아하는 광화문 FourB에서 화끈하게 줄긋고 책을 읽는 지금, 나는 또 한 걸음 내 안의 브랜드를 세워가고 있다.
내 안의 한 줄
작은 차이가 쌓여, 결국 '나'라는 이름이 완성된다.
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할 언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