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가 최고라고 규정짓고싶지않다.

[D-308] 내가 가진 내 모습으로 최고가 되세요

by Mooon

D-308. Sentence

내가 가진 내 모습으로 최고가 되세요

@1stpenguin.kr

느낌의 시작


연휴가 길다고 했던가. 벌써 금, 토, 일, 월, 화 — 닷새가 훌쩍 지나갔다. 금·토는 남편이 출근을 해서 여느 주말과 다를 것 없는 하루들이었고, 주일 저녁에는 친정 아버지를 뵈러 갔다.


아버지와 나는 어릴 적부터 다정한 부녀 사이는 아니었다. 명절에 내려가 식사 한 끼를 함께 하면서도 어색한 침묵이 늘 식탁 위를 감쌌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지난번보다 훨씬 야위신 아버지를 모시고 집 앞 고깃집에 앉았을 때, 나는 묘한 긴장감 속에서 대화를 시작했다.



마음의 흐름


이번에 선정된 넥스트로컬 지원사업 이야기를 꺼냈을 때, 아버지의 눈빛이 단번에 달라졌다. 사업을 하셨던 분답게, 듣자마자 해주고 싶으신 말씀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아버지는 내가 어릴 적부터 무역업을 하셨다. 처음엔 회사원으로 시작했지만, 프랑스 클라이언트에게 직접 일을 받으시며 독립해 회사를 키워가셨다. 해외출장이 흔하지 않던 시절이었다. 필리핀 출장에서 돌아오시던 날, 놀이터에서 놀던 나를 부르던 엄마의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남아 있다. 집에 돌아오니 아버지는 노란 바나나 한 송이를 내밀며 웃으셨다. 그게 내 인생 첫 ‘외국의 맛’이었다.


그리고 프랑스 출장에서 사오신 도자기 인형. 브라운색 머리, 파란 눈, 누우면 눈이 감기고 세우면 눈이 떠지는 그 인형. 아버지의 손끝에서 건네진 그 정교한 선물은 두 아들의 엄마가 된 중년나이에도 여전히 기억 속에 남아있다.


그러다 IMF. 모든 게 무너졌고, 아버지는 사업을 접으셨다. 시간이 흘러 많이 쇠약해지셨지만, 오늘은 오랜만에 그 시절의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셨다. “개척자는 늘 고통이 따르지. 하지만 버텨내면, 2인자는 절대 따라올 수 없는 보상을 받게 돼. 감당해라. 버텨라.” 그 한마디가 가슴속 깊이 내려앉았다. “서울과 삼척을 오가며 최소 열 번은 내려가야 할 것 같아요.” 내 말을 들은 아버지는 열번이 아니라 매일이라도 간다는 마음으로 해야지. 맨땅에 헤딩이라도 해라. 기반이 만들어졌을 때 그 기회를 놓치지 마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 속에는 오래된 경험이, 그리고 이제는 해줄 것이 없는 아버지로서의 애정이 담겨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사업가 아버지’를 다시 만난 기분이었다.



내 안의 한 줄


“내가 가진 내 모습으로, 최고가 되세요.”


나는 내가 가진 모습을 한정 짓고 싶지 않다. 책상 위의 나에서, 현장을 뛰는 나로. 강의실의 언어를 넘어, 세상의 언어로 확장되고 싶다. 내가 생각하는 ‘최고’가 진짜 최고일까? 아마 아닐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내가 가진 이 모습으로 최선을 다한다. 불완전하지만 진심인 모습으로, 내가 만든 내 최고를 다시 써 내려간다.




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할 언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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