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21] 육안이 포착하지 못한 세계의 잔향
D-321. Sentence
육안이 포착하지 못한 세계의 잔향
느낌의 시작
‘육안이 포착하지 못한 세계의 잔향.’ 지난주 금요일, 프로젝트 내부 워크샵이 있어 카이스트 서울캠퍼스를 찾았다. 대전이든 서울이든 카이스트는 처음이었다. 단지 일 때문이 아니라, 공간 자체가 주는 묘한 설렘이 있었다. 고대역에서 버스를 탈 수도 있었지만, 맑고 푸른 하늘이 유난히 눈에 들어와 20분 남짓한 거리를 걸었다. 그 길은 마치 가을을 위한 무대 같았다. 햇빛이 부드럽고, 바람은 가볍게 흔들렸으며, 단풍의 색감은 완벽했다. 걷는 내내, 나는 혼자 중얼거렸다. “이 학교에 다니면 참 좋겠다.”
워크샵이 열리는 건물에 도착해 대표님을 기다리며, 복도에 전시된 작품들을 천천히 살폈다. 작가노트를 읽는데, ‘카이스트 산업디자인과 겸직교수’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 중 내 시선을 오래 붙잡은 한 문장이 있었다. “육안이 포착하지 못한 세계의 잔향.”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의 남은 울림이라니, 얼마나 낯설고도 아름다운 말인가.
마음의 흐름
요즘은 ‘보이는 것’이 전부인 시대다. 어떤 집에 사는지, 어떤 차를 타는지, 어떤 브랜드의 옷과 가방을 드는지가 사람의 가치를 대신한다. 눈에 보이는 것을 쫓다 보면, 사람은 단순해지고 마음은 좁아진다.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지 못하게 된다. 사랑, 감정, 마음조차 눈에 보이는 결과물로 증명하려는 시대. 나는 그 단순함이 참 지루하다고 느꼈다.
진짜 어른, 진짜 엄마가 된다는 건 무엇일까. 아마도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지키고, 그것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시도하는 사람 아닐까. 내가 살아온 경험만으로 세상을 판단하지 말자고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그건 참으로 무모하고 위험한 일이다.
그때, 삼척에 내려가 있는 팀 멤버들에게 연락이 왔다. 밤기차를 타고 내려가 유리도예장인과 옻칠장인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고, 그분들의 작업실을 둘러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왔다고 했다. 그들의 목소리에는 설렘이 묻어 있었다. 현장의 공기, 장인의 손끝, 가마의 온도, 나무의 냄새, 그 모든 감각이 그들을 자극한 듯했다. 나는 그 현장감을 느낄 수 없기에 부탁했다. “녹음이라도 해요. 아니면 꼭 메모라도 남겨요. 그 감정과 아이디어가 식기 전에, 지금의 감정으로.” 내가 가진 지식이든,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이든, 그 모든 것이 얼마나 좁고 제한된 세계였는지 잊지 않으려 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의 잔향, 그것이 바로 내가 놓치고 있던 감정의 영역일지도 모른다.
내 안의 한 줄
보이지 않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사람,
그 사람이 결국 진짜 어른이다.
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할 언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