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42] 그 평가에 갇힌 나
D-342. Sentence
그 평가에 갇힌 나
누군가의 평가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얼마나 될까. 특히 나라는 사람은 누군가의 한마디에 울고 웃고 고민하는, 참 소극적인 사람이다. 그래서 더 쉽게 누군가의 말에 갇히고, 때로는 그 연약함이 스스로도 답답하고 별로일 때가 있다. 이 나이가 되어도 여전히 누군가의 기준과 평가에 따라 흔들리는 나. 그게 나를 제일 잡아끄는 족쇄 같았다. 하지만 그 평가에 갇혀 머물지, 아니면 거기서 벗어날지 역시 결국은 내 숙제였다.
첫째를 임신한 채 학교를 다녔고, 첫째를 출산한 지 세 달 만에 신생아를 시어머님께 맡기고 종합시험 준비를 시작했다. 18개월까지 논문을 쓰며 졸업을 향해 달려갔다. 핏덩이를 두고 선택한 학업이었기에 하루라도 빨리 끝내고 싶었고, 그래서 더 독하게 달렸다. 종합시험을 치르고 논문 주제 발표, 1차와 2차 심사를 거쳐 마지막 심사 날을 맞았다. 그날 심사위원 한 분이 했던 말을 아직도 기억한다. “너무 잘 정리된 보고서를 보는 기분”이라는 말. 그 심사평을 들으며, 심사를 마치고 선배 차에 타자마자 집으로 오는 길 내내 하염없이 울었다. 듣고 싶지 않았던 말 중 하나였다. 나만의 새로움보다는 남들이 이미 발견한 새로움을 정리하고 요약하는 수준이라는 그 평가. 정말 독하게 매달렸는데, 발버둥을 쳤는데, 결국 그 한계를 뚫지 못했다는 무력감이 나를 덮쳤다.
사실 익숙했던 말이었다.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한다, 요약을 잘한다는 말. 그런데 언제나 거기까지였다. 그 이상을 뚫는 새로운 무언가로 나아가지 못한다는 그 말이 오래도록 마음을 짓눌렀다. 더 무서운 건, 이제는 나보다 더 빠르고 더 체계적인 AI까지 등장했다는 사실이다. 내가 벗어나지 못한 그 평가의 벽 앞에, 이제는 절대적인 비교 대상까지 생긴 셈이었다.
그럴 때마다 나를 아껴주던 많은 분들이 동일하게 조언했다. “실력을 쌓아라.” 결국 누군가의 평가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선 버티고 공부하고, 묵묵히 실력을 쌓는 수밖에 없다는 말. 누가 뭐라 해도 내가 가진 실력이 명확하다면 더 이상 흔들리지 않는다는 말. 그게 결국 진리라는 말이었다.
누군가는 왜 그렇게 쉬지 않고 달리느냐 묻지만, 나는 후회하고 싶지 않다. 왜 그때 더 버티지 못했을까, 왜 더 인내하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는 지금까지로 충분하다. 그래서 오늘도 눈꺼풀이 내려앉고 정신은 이미 침대에 뻗었지만 해야 할 일들을 미루지 않고 끝까지 감당했다. 오늘도 달렸고, 오늘도 버텼고, 오늘도 살아냈다. 오늘도 수고했다, 나에게.
내 안의 한 줄
결국 나를 다시 세우는 건 내가 쌓는 힘이다.
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할 언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