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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아들도, 사춘기 엄마도

[D-343] 엄마역할 이후의 삶

by Mooon

D-343. Sentence

엄마역할 이후의 삶


@nursedaldal

엄마 역할 이후의 삶을 요즘 자주 떠올린다.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한 역할을 묻는다면, 망설임 없이 ‘엄마모드’라고 말할 것이다. 누군가는 엄마가 된 후 사라진 자기 자신 때문에 괴롭다고 말한다. 그 마음이 어떤 건지, 나도 충분히 안다. 나 역시 종종 그런 장면과 감정 앞에서 멈칫한다. 하지만 분명히 알아야 하는 게 있다. 나 자신이 없어진 게 아니라, 내가 엄마가 된 것이라는 사실.


아이가 생겼고, 그 아이를 돌보고 먹이고 입히며 독립할 때까지 지켜야 하는 삶이 내 삶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엄마가 되기 전 상상하던 ‘엄마의 삶’과 실제의 ‘엄마의 삶’은 하늘과 땅만큼 다르다. 그 차이를 매일같이 체감하면서도, 그래도 나는 엄마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의 시기’는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아내야 하는 시기임을 점점 더 절실히 이해해가는 중이다.


사춘기 아들을 마주하며, ‘엄마’라는 자리가 얼마나 어렵고 은근히 외로운 자리인지 더 크게 실감하고 있다. 어제는 첫째와 동갑내기 아들을 둔 대학원 언니와 저녁을 먹으며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언니는 말했다. “사춘기 아들은 잘못을 따지기 전에 사랑을 더 주는 시기야.” 문제가 많아서가 아니라, 자기 안에서 답을 못 찾아서 흔들리고 방황하는 시기라서. 세상에서 받은 상처와 혼란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집에서도 옳고 그름부터 따지면 결국 마음의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그 말이 자꾸 마음에 남았다.


지난주 토요일, 첫째와 단둘이 집에 있었다. 첫째는 거실 책상에 앉아 기말고사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 뒷모습을 보는데, 왠지 오랜만에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다. 찰칵—하는 소리가 나자, 첫째는 멋쩍은 표정으로 “왜 찍어요?”라고 했지만 입꼬리는 슬쩍 올라갔다. 사춘기라도, 아니 사춘기라서 더, 사랑받고 싶은 마음은 여전히 있다. 조건 없이 품어주길 바라는 갈급함. 그 마음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엄마모드로 살아가야 하는 지금의 시기를 잘 지나야, 엄마 역할 이후의 삶도 단단하게 빛날 것 같다. 11월 감기에 걸려 기침을 하면서도 반팔 반바지로 학원을 가는 아들이지만. 긴팔 입으라 했더니 집안에서는 두꺼운 긴팔·긴바지를 입고 있는 어이없는 철부지지만. 그래도 이 시기를 잘 건너면, 자기 힘으로 서는 멋진 청년이 되어 있을 거라 믿는다. 요즘 나는 스트레스로인지 계속 먹는다. 배가 고파 먹는 느낌이 아니라, 그냥 씹고 있어야 마음이 잠깐 안정되는 느낌. 사춘기 아들도 중요하지만, 사춘기 아들 엄마도 발산이 필요하다는 걸 요즘 더 깊이 인정하게 된다.



내 안의 한 줄

엄마가 되는 일은 사라지는 일이 아니라, 새로운 나로 확장되는 일이다.


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할 언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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