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50] 가장 좋은 대학교는? 침대
D-350. Sentence
가장 좋은 대학교는? 침대
오늘 아침, 침대는 거의 나를 인질로 잡은 수준이었다. 평소 낮잠도 아깝다며 경계하는 내가, 요즘은 모든 일을 마치고 이불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순간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달콤할 수 있을까 싶다. 그와 동시에, 아침에 일어나는 건 또 왜 이렇게 어려운지. 침대는 분명 단단한 가구이지만, 요즘 나에겐 중력보다 더 센 힘을 가진 ‘감정의 블랙홀’ 같은 존재다.
오늘 오전 분당에서 최종보고가 있었다. 어젯밤 10시에 자료를 전달받고, 새벽 1시까지 수정해 다시 넘긴 뒤, 그제야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다. 새벽 1시의 침대는 거의 천국과 동의어였다. 하지만 6시에 일어나야 한다는 사실과는 전혀 화해할 수 없었다. 알람을 끄고, 눈을 다시 감고, “3분만… 5분만…” 읊조리다 결국 7시가 훌쩍 되어 침대를 탈출했다.
그 와중에도 나는 아주 한심하고 어이없는 상상을 하고 있었다. ‘지금 이 침대가 서울 호캉스 침대라면? 제주도 혼자 여행 중 침대라면? 설악 델피노 침대라면? 어느 침대가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할까?’ 이런 상상을 하며 현실 도피를 시도하는 스스로가 너무 웃겼다.
요즘 일정은 꽤 빡빡하다. 어제는 아침 수업, 오늘은 최종보고, 내일은 새벽 사당행, 목요일은 원주행 KTX, 금요일은 오전 공덕에서 컨설팅. 이쯤 되니 침대가 고픈 게 당연했다. 아마도… 쉼이 필요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엄마가 올해 초 했던 말이 생각난다. “하반기는 정신없이 바쁠 테니, 지금의 여유를 즐겨.” 진짜였다. 지금 하반기는 정말 정신없이 돌아가는 중이다. 그런데 더 중요한 건, 사실 나는 늘 이렇게 바쁘게 살았다. 그런데 왜 이번 하반기엔 유독 침대가 그리울까?
아마도 ‘일’ 때문이 아니라 ‘사람’ 때문이었을 것이다. 일 자체보다 사람과의 관계가 만드는 파도가 더 힘들었다. 서툴고 미숙한 나의 결이 그대로 드러났고, 그게 꽤 아프고 묵직하게 남았다. 누구와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건 없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지금보다는 조금 더 단단한 내가 되고 싶다는 마음.
사실 지금도, 나는 빨리 집에 돌아가 따뜻한 물에 샤워하고, 목베개 끼고, 전기장판 켜고, 포근한 이불 속으로 들어가는 상상을 하고 있다. 그런데, 만약 매일 그렇게 누워만 있을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까? 아니다. 택도 없다. 이렇게 바쁘게 움직이며, 부족해도 역할을 해내려 애쓴 후에 누리는 잠깐의 쉼이 가장 달콤하기 때문이다. 침대는 ‘보상’일 때 빛나지, ‘일상’이 되면 그저 가구일 뿐이다.
내 안의 한 줄
잠깐의 포근함이, 다시 나를 움직이게 한다.
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할 언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