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한 편만, 오늘은 내가 쓰고 싶은 글

[D-430] 그냥 한 편만 했으면 좋겠어요.

by Mooon

D-430. Sentence

그냥 한 편만 했으면 좋겠어요.


오늘 오전과 오후 수업을 위해 학교에 왔다. 평소 같았으면 자리에 앉자마자 어제 급하게 준비한 강의자료를 다시 검토했을 것이고, 여전히 끝내지 못한 일들을 붙잡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만큼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냥 글이 쓰고 싶었다. 어떤 목적도, 마감도 없이 내가 쓰고 싶어서 쓰는 글 말이다. 작년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아들과의 약속 때문이었고, 그 다음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써온 시간이 아까워서였다. 그런데 올해부터 일주일에 세 번만 쓰겠다고 마음먹은 이후로는 이상하게도 글쓰기가 자꾸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기 시작했다. 누가 쓰라고 강요하는 것도 아니고, 내일 꼭 쓰겠다고 약속한 사람도 없고, 돈이 생기는 일도 아닌데 왜 이 글을 미루는 것이 이렇게 마음에 걸리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오늘은 멈췄다. 해야 하는 일, 당장 가장 급한 일들까지도 잠시 내려놓고 먼저 글을 쓰고 있다. 오늘 나의 선택이 마음에 든다. 기계처럼 반복되던 나의 패턴을 깨고 무언가 인간다운 선택을 한 기분이다. 생각해보면 나는 매일 아침 생각 없이 하루를 시작해왔다. 눈을 뜨자마자 시계를 확인하고, 지금 일어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것처럼 몸을 움직였다. 그렇게 쫓기듯 시작되는 하루가 당연한 일상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눈을 뜨자마자 감사기도를 먼저 했다. 오늘도 새로운 기회가 주어졌구나,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 어제보다 조금 더 인간답게 살아볼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들어 성공만을 향해 달려가는 삶이 얼마나 허무한지, 그리고 그 과정이 얼마나 무가치하게 느껴질 수 있는지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오늘 아침 학교로 오는 길에 김형석 교수의 인터뷰를 보았다. “내가 하는 일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이 인간답게 행복해졌는가.” 그 한 문장이 오늘 하루를 통째로 붙잡았다. 내가 오늘도 무언가를 해야 하는 이유, 내가 어디를 향해 가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이 그 질문 안에 담겨 있었다. 그래서 오늘은 다짐해본다. 어제보다 조금 더 인간답게 선택하고, 조금 더 천천히 숨 쉬고, 조금 더 따뜻하게 말하고, 조금 더 오래 바라보는 하루를 살겠다고. 오늘의 시작이 그러했으니 남은 시간도 기대해본다. 기대 없이 흘려보내는 하루는 너무 재미없으니까.



내안의 한줄

오늘은 인간답게 사는 쪽을 선택한다.


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할 언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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