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다

by 시크매력젤리

괜찮다며 밝고 과장된 몸짓과 목소리로 나 자신을 속이며 살았다. 상처를 외면하며 살아왔다. 상처로 더 큰 상처를 안고 싶지 않아서였을까. 외면한다고 해서 상처가 타인의 것이 될 수 없다. 이제 끌어안으려 한다. 뒤돌아 보며 하나하나 물으며 진정 상처인지 헤아려 보기로 한다. 내 것인데도 내 것이 아닌 채로 살아왔던 시간과 상처 안에 슬픔 아픔 고통을 모조리 몰아넣은 채로 살았다.


나는 지난날들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잊으려고만 했기에 기억하지 못한 것들은 송두리째 기억에서 지워버린 듯하다. 왜 그랬던 걸까. 기억하면서 한 발 한 발 내딛듯이 용기 내볼걸. 네 발로 기어 다니다가 겨우 아장아장 걷는 아기처럼 상처에게로 서서히 다가가 보기로 한다. 조각 파편이라도 부여잡고 나에게 물어본다. 뭐가 그토록 아팠니? 누굴 그토록 미워하며 용서하지 못하고 살아온 거니?


가슴에 응어리가 풀리지 않는다. 외면하기만 했던 나를 용서하고 그들을 용서해야만 한다. 그래야 내가 살 수 있다. 독을 품고 살다가 복수하는 마음으로 숨이 거둬지는 순간까지 자신이 왜 그래야만 했는지 알지 못하고 가는 인생은 얼마나 가련한 인생인가. 이제는 풀어버리자. 옥죄어오던 그 모든 복수심으로부터 자유로워지자.






집채만 한 파도가 덮쳐온다. 정신을 차린다면 거대한 파도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 덮쳐온 파도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잔잔한 하얀 거품으로 또 다른 파도 속에 사라져 간다. 밀려온 하얀 파도처럼 부서져 버린 거품처럼 내 존재는 그들의 기억에서 지워진 걸까. 기억 앞에 있든 뒤에 있든 지워지지만 않았다면 좋을 텐데. 누군가의 기억에서 지워져 버린다는 건 아픔이다. 그 누군가가 생명을 낳아준 부모라고 한다면 더 큰 좌절로 다가온다. 혹시 나를 잊고 영원한 죽음으로 건너간 육체라면 어찌해야 할까. 아니겠지 부정해 본다. 아직 만나지 못한 그리움이 여기에 있는데. 그리움을 두고 죽음으로 건너가 버렸을까. 오늘도 나는 닿을 수 없는 그리움을 기억하고 있다.


엄마, 아빠 제발 이 딸 좀 찾아 줘.

이제라도 만나고 싶다는 외침 속에 닿을 수 없는 그리움을 또다시 그려본다.

왜 이제야 부모를 찾으려는 생각이 퍼뜩 들었던 걸까. 이제껏 아무 생각 없이 살아왔으면서. 그냥 이대로 살아도 된다. 그래도 볼 수만 있다면 한 번만이라도 보고 싶다. 살아만 있다면 만나고 싶다. 어디서 무얼 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살아서 살아서 만나고 싶다.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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