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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디 Sep 08. 2024

아이들 가르치며 터득한 ‘잘 가르치는 법’

영어 요리 강사가 된 주디쌤!



"취미는 코인노래방 가기구요, 베이킹 과정도 좀 들었어요, 100% 영어 수업도 가능하고요."



대학 졸업 후 꽤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더 이상 진로를 고민만 하기보다는 뭐라도 하면서 진로고민을 병행해야 했습니다.



당시 구인하던 한 영어학원에 찾아가 면접을 봤습니다. 영어로 자기소개도 하고 간단한 이야기를 나눈 후 강사 일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유초등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요리 영어스터디 수업을 맡았습니다.



평소 요리하는 것도 노래 부르는 것도 좋아했는데. 때마침 요리를 하면서 아이들에게 즐겁게 영어를 가르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쓸모없는 경험은 없다‘는 말이 이럴 때 실감이 되었습니다. 아르바이트하며 배워두었던 베이킹도 이렇게 다 도움이 되는구나! 싶어 의욕이 샘솟았습니다.



영어 선생님으로 일하면서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잘 가르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며 조금은 해답을 찾은 것 같았습니다. 너무 당연해 조금 싱겁게 들릴 수 있지만 준비하면 할수록 아이들은 그만큼 즐거워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근무 초반에는 긴장도 되었습니다. 그래도 초롱초롱 한 눈으로, 때로는 피곤한지 심드렁한 얼굴로 쳐다보는 아이들 앞에서 긴장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의 영어 학습에 있어 중요한 시기인 만큼 잘 가르쳐야 한다는 책임감이 더해져 빠르게 업무에 적응하려 노력했습니다.



퇴근할 때 즈음 ‘오늘도 살아남았다!’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다른 강사님들이 강의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배웠습니다. 또한 원장님, 강사님들이 수업에 도움 되는 조언들을 많이 해주셨고, 잘 활용해 제 것으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더 많이 말할 수 있을까?


어학원인 만큼 처음에 가장 신경을 많이 썼던 부분은 아이들이 주어진 시간 동안 최대한 많이 영어로 말하도록 하는 일이었습니다. 원장님께서도 이 부분을 가장 강조하셨습니다.



월별로 주어진 주제와 관련된 표현들을 노래와 함께 배우는 것을 기초로 해서, 요리나 주제와 연관된 부가적인 질문들에 아이들이 대답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아이들이 모르는 표현들은 알려주고 반복해서 따라 하도록 했습니다.



오디오가 비지 않게! 하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스터디 수업에서 다룬 내용들과도 연계하여 어휘나 표현들이 아이들 귀에 익도록 했습니다. 그렇게 아이들이 최대한 많이 영어를 내뱉고 집에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수업을 하다 보니 아이들마다 주어진 지시사항을 완수하는 속도가 제각각이었습니다. 되도록이면 같이 작업하도록 하되, 빨리 작업을 마무리 한 아이에게는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거나 읽고 따라 할 수 있는 추가 과제를 주었습니다. 한 아이를 보면서도 항상 다른 아이들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는 것도 참 중요했습니다.



수업을 거듭하며 창의적인 아이들의 모습에 놀랐습니다. 수박화채를 만들다 한 아이가 여우를 만들었다며 보여주었습니다.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이 참 귀여웠습니다.


내가 만든 커스타드 토스트(왼쪽)와 아이 작품(오른쪽)


하루는 커스터드 크림 토스트를 만드는데 한 아이가 기발한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아까워서 어떻게 먹냐고 하더니 수업이 끝나자마자 홀랑 다 먹고 집에 돌아가는 모습에 웃음이 났습니다.



또한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들의 대답을 들으며 때로는 함께 수업을 만들어나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만리장성은 왜 만들었을까?"


"다이어트하려고요!"
“등산하려고요!”
"악당들이 오다가 힘들어서 지치라고요!"


"남한과 북한은 왜 분단되었을까?"


"놀러 오는 게 싫었나 봐요."


유쾌한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참 힐링이 되었습니다. 주제는 같은데 반마다 다른 아이들의 리액션을 보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대체로 아이들이 열심히 떠들고 가는 모습에 점차 마음이 놓였습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과

더 재미있게 수업할 수 있을까?


수업 중 오디오가 비지 않는 것 다음으로 신경 썼던 것은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더 재미있게 가르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곰돌이 & 뽀로로 유부초밥(왼쪽)과 해바라기 토스트(오른쪽)


재미와 학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것이 쉽지 않지만 아이들이 흥미를 잃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했습니다.



어떤 비유를 들어야 더 이해하기 쉬울까?

어떤 사진을 쓰면 더 좋아할까?

칠판은 어떻게 꾸밀까?

어떻게 아이들을 웃겨볼까?

기존 교안을 변형하기도 하고 고민하다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있었습니다.



게다가 요리 수업에 비해 스터디 수업은 인기가 없었습니다. 요리 수업시간에는 한 번도 시간을 묻지 않던 아이들이 공부를 시작하면 "몇 시예요?" 물었습니다. 이런 모습들을 보니 스터디 수업 시간엔 더 오버하곤 했습니다.



책에 표시하는 활동도 많이 하고, 아이들 과제를 확인할 때도 동그라미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빨리 그릴 수 있는 간단한 그림들을 그려주었습니다. 같이 문장을 읽을 때에도 빨리도 읽고 천천히도 읽으며 변화를 주었습니다.



상황이나 개념 등을 설명할 때는 동작은 크게, 구체적으로 설명하려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상황극 연기도 하고 의도치 않은 몸개그도 하게 되었습니다. 100% 계획된 유머로 아이들을 웃기려고도 해 봤습니다. 가끔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에 비유하며 친근하게 느껴지도록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아이들과 빨리 친해지려 했습니다. 아이들의 이름을 빠르게 외우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공부했습니다. 아이들 헤어스타일부터 옷, 가지고 있는 사소한 액세서리나 학용품 등을 보면 예쁘다, 멋지다며 말을 건넸습니다.



아이들한테 잘 보이려고 오랜만에 파마도 하고 예쁜 옷도 사 입었습니다. 친근하게 보이려 양갈래, 뿌까머리도 자주 했습니다. 눈썰미 좋은 아이들은 바로바로 변화를 알아봐 주었습니다.



다행인 것은 아이들도 제가 싫지는 않았던 모양이었습니다. 아이들은 교실 문밖에서 수업을 기다리며 수업 준비하는 저를 들여다보곤 했습니다.


"선생님 보자마자 첫눈에 반했어요!"

"선생님 사랑해요!"

"선생님 너무 예뻐요!"

“Cooking is super fun!”

"알러뷰 티철~~~~"

"주디쌤 제가 크면 아메리카노 사드릴게요! 아메리카는 못 사드리니까~"


그저 황송했습니다. 살면서 이렇게 예쁘다,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들어볼 일이 앞으로도 있을까 싶었습니다. 있는 그대로 표현해주는 아이들의 순수한 모습이 참 예뻤습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더 오래 집중할 수 있을까?


수업을 하다 보니 조금 욕심이 생겨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수업에 더 집중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수업에 잘 참여하는 아이를 구체적으로 칭찬하면 다른 아이들도 덩달아 집중하곤 했습니다. 주위를 환기하기 위해 박수를 치거나 "Be be quiet!" "Eyes on teacher!" 등을 함께 외치고 아주 가끔은 박수 빨리 치기 시합도 했습니다. 수업을 해보니 큰 목소리로 하이텐션을 유지하는 것보다는 상황에 따라 변화를 주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었습니다.



요리 시간에 아이들이 참여를 해야 재료를 나누어 주고, 참여도에 따라 재료를 먼저 나눠주는 등 단기적인 보상을 활용했습니다. 포인트 제도를 활용해 3포인트를 모으면 스티커 1개를 주고, 스티커 10개를 모으면 미니화폐로 교환해 주면서 성취하는 기분을 느끼게끔 했습니다.



수업 이해도를 확인하려 퀴즈도 자주 내었습니다. 수업 중 다룬 내용들을 끝부분에 물어보면서 복습 겸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때로는 팀을 나누어 게임을 하며 함께 협동하도록 했습니다.



단, 게임을 할 때 주의해야 할 부분도 있었습니다. 수업 후 한 아이의 부모님으로부터 클레임을 받은 적이 딱 한 번 있었습니다. 게임 후에 대답을 잘 한 친구들에게 스티커를 주고 집에 보냈습니다.



그런데 스티커를 받지 못한 아이가 집에 가서 밥을 먹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차등적 보상에 민감한 아이들이 많은 만큼 스티커를 줄 때에는 공평하게 하나씩 주고, 잘하는 친구는 더 주기로 했습니다.






이 외에도 수업을 하며 아이들은 참 손이 많이 간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어딘가에서 다쳐오기도 하고, 입술 주위가 터있기도 했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배고파요’ 하는 아이들도 꽤 많았습니다. 재채기를 하는데 콧물이 지렁이처럼 쑥 나오거나 몰래 코딱지를 파다 코피가 나는 아이들도 종종 있었습니다.



솔루션은 간단했습니다. 밴드, 로션, 물티슈 등을 준비해 각각의 상황에 대응하고 때마침 집에 간식들이 많아 아이들과도 가끔 나눠먹었습니다. 아이들은 또 자주 아프기도 해서 기침을 하는 경우 작은 사탕을 주면 침이 고이면서 조금은 나아졌습니다.



늘 그렇듯, 수업 준비는 했지만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았던 때도 많았습니다. 시간 배분을 포함해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길 때의 계획, 수준별 수업 등 디테일한 부분을 점차 보완해 나갔습니다.



"경력이 많지 않아 걱정했는데 다행히 잘해주고 있네요."



다행히 아이들도 노력을 알아주는 듯했습니다. 열심히 수업을 준비하면 아이들은 금방 눈치를 챘습니다. 아이들을 위해 이것저것 부족한 부분을 적어주었을 때도 아이들은 '쌤 이거 쓰느라 힘들었겠다'는 말을 건넸습니다.



수업에 대한 준비뿐 아니라 요리 수업을 위한 재료 준비도 경우에 따라 품이 많이 들었습니다. 수업 전 일찌감치 와서 준비해야 할 때도 많았습니다. 그래도 "준비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사려 깊은 아이들의 말에 힘이 났습니다.



일하면서 항상 즐거운 일들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근무시간에는 수업을 하고 근무 외 시간에 수업을 준비하니 개인 시간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준비하는 만큼 아이들과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창의적이고 순수한, 노력을 알아주는 고마운 아이들 덕에 더 나은 강사가 되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점차 일을 하며 재미도, 보람도 느꼈습니다.



어느 날 수업이 끝나고 한 아이가 "주디쌤이 너무 웃겨요!" 하며 집에 돌아가는 모습을 볼 땐 정말 일할 맛이 났습니다. 주위에서도 아이들 가르치더니 밝아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일을 하며 많이 느꼈습니다.

가르치는 일, 나도 참 많이 배우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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