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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조금 알 것 같아 날

나를 알기

by 주차영




나에 대해 조금은 알게된 20대
VS
'나 사용법'을 익히는 30대




제게 20대를 관통하는 질문이 있다면 '나는 어떤 사람일까?' 일 것입니다. 제가 뭘 좋아하고 잘하는지,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지, 저를 알아가려 고민하고 답을 내리기까지 10년이 걸렸습니다.



다양한 시도를 거듭하던 기록들을 들춰보니 방황했던 지난 20대 동안의 저에 대한 데이터가 쌓여 있었습니다. 빨리 적성을 찾았다면 더 좋았겠지만, 어떤 것들을 좋아하는지 부딪혀보는 시간도 필요했나 봅니다.



아이유 님의 유명한 곡인 ‘팔레트’에 ‘이제 조금 알 것 같아 날’이라는 가사가 있는데, 아이유 님이 25살에 느꼈던 감정을 드디어 비슷하게나마 느낍니다.






무더웠던 올여름, 하루는 지인들과 함께 밥을 먹다가

“재능이 별거 없더라, 그냥 조금 더 오래 할 수 있는 것 아닐까?”

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제게도 참 공감 되는 말이었습니다.



누군가는 재능을 빨리 발견할 수도 있지만 저처럼 재능이 있나 없나 애매하게 느껴지는 사람도 있고, 타고난 부분을 발견하지 못하더라도 조금이라도 더 오래 할 수 있고, 능력을 키워보고 싶은 게 있다면 재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해보지 않았다면 몰랐겠지만, 이런저런 일들을 해보니 스스로 ‘할만한 일’로 느껴지는 일보다 ’조금 더 발전시키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특히 강사 일을 할 때 부족한 부분을 느껴서 누가 시키지 않아도 수업 연구에 시간을 많이 쓴 것을 보니 수업 연구도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종종 다른 분들의 강의 구조를 분석해 보고 배울 점들도 정리해 보곤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관련 역량을 키워보고 싶어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이렇게 글을 쓰는 일도 재미있습니다. 과거의 경험을 종합해 봐도 대학시절 레포트도 쓰고 나서 뿌듯하기도 했고, 미국에서 일할 때 기사 쓰는 일도 잘 맞는다 느꼈습니다. 이렇게 브런치를 통해 뭔가 써내려가는 것도 재밌고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들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제 자신을

기록하고, 가르치고, 창작하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 이것들을 더 잘하고 공유하고 싶어 하는 사람

이라 정의한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가까운, 제가 찾아 헤매던 답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생각이나 상황이 바뀌어 결이 다른 일을 하게 될 가능성도 커보이긴 합니다.)



일단은 꾸준히 기록하고, 주도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가르치며 영향력을 발휘하려는 지금의 길을 가보려 합니다.



진로뿐만 아니라 제가 가진 취향에 대해서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잠은 7시간에서 7시간 반정도는 자야 하고, 샤브샤브와 토마토 계란 볶음을 좋아하고, 디스토피아나 추리 장르를 좋아하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얘기하는 것도 더 잘해보고 싶고, 이런저런 잡다한 모든 것들을 기록하고 정리하는 것들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과거 20대 동안의 제 삶의 흔적을 기록으로 남겨온 것처럼, 30대에도 꾸준히 저의 데이터를 기록하고 쌓아가면서 그 안에서 새로운 모습들을 발견하고 ‘나 사용법’ 을 익혀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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