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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안주하려 했나요

안주하지 않기

by 주차영



안정을 추구하던 20대
VS
끊임없이 작은 도전을 이어가는 30대




출퇴근 길에 자주 보는 광경이 있었는데, 오른편에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기 위해 아주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이 있고 왼편에는 계단으로 올라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침에 겨우 눈을 떠 출근하던 저 역시도 편하게 가려 긴 에스컬레이터 줄에 섰다가, 계단을 오르며 저 멀리 앞서가는 분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곤 했습니다.



어느 날, 머리로는 빨리 가고 싶지만 편안함을 위해 긴 기다림도 마다하지 않는 제 모습이, 앞서가는 사람들을 마음으로나마 부러워하는 모습이 제가 추구했던 '편안함'의 모습과 어딘가 모르게 닮아있는 것 처럼 느껴졌습니다.



20대 중반에는 안정적인 일을 꿈꿔보기도 하고 직장 일에 익숙해지려고도 해봤습니다. 그런데 일도 그렇고 익숙해지면 편하고 좋을 줄 알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정체되는 것 같은 기분을 더 크게 느꼈습니다. 일이 있다는 것은 분명 감사한 일이지만, 주로 작은 규모의 직장에 다녀서인지 ‘언제까지 다닐 수 있으려나‘ 싶은 생각도 종종 하곤 했습니다.



마치 남에게 운전대를 맡기고 조수석에 앉아있는 것 같은 기분도 들었습니다. 운전을 안 하니 편하긴 한데, 언제든 내리라고 할 것 같은 생각이 드니 마냥 편하지도 않은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돌이켜보니 저는 안정을 추구하는 면도 있었지만, 낯선 미국 땅에 과감하게 발을 들여보기도 하고, 새로운 것을 계속 배우고 시도하는 등 자극을 추구하는 면도 꽤나 많았습니다.



어쩌면 현실에 적응해야 한다는 핑계로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끼워 입으려고 했던 것은 아닌지? 안정적인 직장도 아니면서 안정을 추구하려 했던 것은 아닌지? 도전하는 것을 필요 이상으로 겁냈던 것은 아닌지? 많은 후회가 되었습니다.



마냥 안정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조금 더 높은 목표에 도전했더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물론 구직할 당시에는 당장 먹고살기 바쁜 형편이었으니 앞 뒤 안 가리고 뭐라도 해야 했지만, 시간이 지나 보니 ‘하기 쉬운 일은 나 뿐만 아니라 남들도 하기 쉬운 일이라는 것’을 이해했더라면 하는 아쉬운 마음이 있습니다.





뉴스에서는 MZ세대가 공무원 퇴사율이 높다 이런 얘기도 있긴 하지만, 주위 지인들을 보면 ‘다닐만하다’며 자기 일을 추천하는 지인들이 대부분 공무원이기는 했습니다. 저도 공무원이 되었다면 아마 만족하며 다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올해만 봐도 안전한 자산인 현금만 들고 있었다면 물가 상승 속에서 화폐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시대가 변하고 있어서인지는 몰라도 안전한 길을 택하려는 것, 안전하다고 여겨졌던 것들이 마치 함정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운전대를 잡는 것 또한 마냥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창업이나 자영업도 이야기를 들어보면 스트레스가 상상을 초월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 또한 자유를 원하지만 때로는 자유에 부담을 느끼기도 하며 끊임없는 외줄타기를 하게 될 것 같습니다. 뭘 하든 쉬운 일은 없겠지만, 언제까지 고용되어 일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직장을 나온다고 뭐가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으니 무언가를 계속 도전하는 편이 제게는 더 마음 편한 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장은 주마다 ‘안주하려 했는가’를 점검하면서 목표를 조금씩 조정해 보려고 합니다. 그래도 몇 년 전보다는 지금의 상황이 조금이라도 나아졌으니 앞으로도 더 도전하고 조금씩 목표의 높이를 키워나가면 좋겠습니다.



30대에는 조금 힘들더라도 편한 에스컬레이터 대신 계단을 오르고, 20대인 지금은 조수석에 타있더라도 30대에는 직접 운전을 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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