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력
계획대로 안되면 스트레스 받던 20대
VS
유연하게 계획을 수정해 나가는 30대
올 추석 연휴에는 모처럼 남편이랑 대학로에 갔습니다. 혜화에 한 연극을 보러갔는데, 연극 무대 배경에 아주 눈에 띄는 문구가 있었습니다.
문구를 보고 빵 터져서 인터넷에 찾아보니 이환천 시인이 쓴 시인데, 제목은 ‘직장인’ 었습니다. (따흑)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고 서른 즈음이 되니 어릴적 상상하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삶을 살고 있어서인지 공감이 갔습니다.
저는 MBTI 마지막 글자가 P(즉흥형)이긴 한데 주위에서 J(계획형) 아니냐는 얘기도 종종 들을 정도로 20대 초반부터 꽤 꼼꼼하게 계획을 세우고 관리해온 편입니다. 근데 올 여름 급격한 체력저하를 느끼면서 한 두어달 계획짜는 것을 소홀히 했더니 일상이 금세 엉망이 되었습니다.
문득 흘러가는대로 살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당장 먼 미래의 거창한 비전이 없더라도 적어도 일상을 단단하게 잡아줄 최소한의 루틴과 계획을 실천하는 것이 제게 꼭 필요하다는 것을 올해 많이 느꼈습니다. 올해 계획을 세우면서 이것저것 하고 있는 것들을 공유해봅니다.
계획을 세우기에 앞서 우선순위의 중요성이 떠올랐습니다. 20대 초반부터 모든 것을 다 잘하려고 이것저것 욕심껏 하다보니 결국 일이 커지고 어떤 것은 놓아야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결국 한정된 시간과 에너지를 어디에 쓸지 선택하는 것이 참 중요한 능력이라는 것을 느낍니다. 몇 가지에만 집중하고 너무 많은 욕심을 부리지 않겠다는 다짐을 거의 매분기별로 합니다.
3년 전 부터는 한 해의 계획을 예쁘게 보드형태로 만들어서 잘보이게 벽에 붙여두고 보고 있습니다. 올해 초에도 최대한 현실적인 계획을 목표로 몇 개의 키워드를 잡고 - 계획을 여러개로 세분화하고 - 각각의 데드라인을 적었습니다. 잘 보이는 곳에 두고 종종 읽어보니 그래도 올 한해 계획한 것들은 80% 정도 달성했습니다.
그리고 계획을 해놓고 실행하지 않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단기 목표를 세부적으로 쪼개는 식으로 구체화 해보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생각을 하게 된 데에는 한 유튜브 콘텐츠를 본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계획을 짜면서는 제미나이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구글에서 쓴다고 하는 OKR(Objectives and Key Results)도 추가해 달라고 해서 분기 - 월 - 주간 단위로 계획을 세웠습니다. 고정 스케줄과 자유시간을 따로 넣고, 여유시간이 갑자기 생기면 뭘할지, 이동하는 시간에는 뭘할지를 적어두었습니다.
올 초부터는 알리에서 뽀모도로 타이머를 사서 25분 - 5분 이런식으로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있고 주말에는 피드백을 하면서 세부 목표에 대한 데드라인을 수정했습니다.
전보다 더 꼼꼼하게 세우고 피드백하는 것을 반복하다보니 자격증 공부를 하든, 독서를 하든 계획을 달성하는 비율이 전보다 높아졌습니다.
그러다 문제도 발견했는데, 캘린더나 할 일을 스마트폰으로 관리를 하다보니 어느 순간 다른 것을 하고 있을 때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몇 달 전부터는 핸드폰은 아예 멀리두고 월 1회 따로 프린트를 해서 책상에 두는 아날로그식 방법을 병행하게 되었습니다. (TMI : 아날로그식 방법 하니 생각난 것이 타이머를 따로 두고 샤워할 때, 화장할 때 시간을 재는데 이렇게 하면 시간누수를 막을 수 있습니다.)
저는 영어강사로도 일을 하고 있는데, 학원에서도 이런 비슷한 계획표를 찾을 수 있습니다. 아이들 영어 교육 커리큘럼을 보면 추상적인 목표 달성을 위해 아이들이 집중을 잘 할 수 있도록 단계별 학습 커리큘럼이 있고, ‘월 - 주 - 일’ 단위로 목표가 세분화 되어있습니다. 아이들이 집중하기 어려울 때에는 더 세부적으로 쪼개기도 합니다. 이렇게 퀘스트 깨듯 달성해나가는 방식이 확실히 효과적인 것 같습니다.
목표를 세워서 실천하다보면 예기치 못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고 원하는 목표에 도달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때마다 좌절하면 무언가를 지속할 수 없게 되는 것 같습니다.
지난 20대에는 때로는 계획하고 계획한 대로 안돼도 스트레스고, 그렇다고 목표가 없을 땐 그건 그것대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나 싶습니다.
30대에는 계획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눈앞의 목표들에 집중하면서, 계획을 수정해가면서 목표 달성을 위한 노력은 노력대로 하고, 그 결과는 통제할 수 없는 것이니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늘 말은 쉽지만 실행은 참 어렵습니다 :)
* OKR 계획 수립이나, 목표 세우면서 참고한 유튜브가 있는데 '미키피디아' 채널이고,
'생산성 향상 꿀팁 5가지', '시간 관리 이렇게 하세요', 'OKR' 영상이 특히 도움이 되어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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