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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내고 나서 달라진 게 있어?

실패를 바라보는 관점

by 주차영




실패가 두려워 시도하지 못하던 20대
VS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더 두려운 30대




“책 내고 나서 달라진 게 있어?“

“음, 나를 좀 더 긍정할 수 있게 된 것 같아.”



갑작스러운 친구의 질문에 저도 모르게 튀어나온 대답이었습니다. 나름대로는 작게 시도들을 거듭해 왔고, 그 중에는 좌절한 것들도 있지만 올 상반기 책을 출간하는 성취도 있었습니다.



책을 출간하기까지 수십 번 퇴고를 거듭하며 신기했던 것이 있었습니다. 어지러울 정도로 같은 내용을 보며 수정을 거듭해도 계속 고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와, 이거 한 번에 되는 게 없구나. 무언가를 잘해서 시작하는 것보다, 하면서 고치다 보면 잘하게 될 수도 있겠다.“



처음 글을 쓸 때는 쏟아지는 온갖 생각을 와르륵 스마트폰 화면에 옮겨 적었습니다. 그렇게 생각을 쏟아내다 비슷한 결을 발견하고 주제별로 묶어가며 윤곽을 잡고 나니 글을 조금 더 수정하고 싶고, 전달력을 더 높이고 싶은 욕심이 났습니다.



무엇이든 한 번에 되는 것은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엉성하게라도 시작을 하고 나면 그것을 바로 잡으려는 찝찝한 마음이 생겨나 그 마음을 바탕으로 저를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 심리학에서는 이렇게 미완성된 일을 쉽게 마음속에서 지우지 못하는 현상을 ‘자이가르닉 효과’라 부른다고 합니다 :)



그렇게 책을 쓰면서 또 한 가지 배운 것이 있다면 '모든 것이 이야기가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전문가는 전문성을 가지고 글을 쓰고, 저는 제 나름의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경험과 생각이 있고, 때로는 부끄러운 일들, 어려움조차도 다 하나의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 제가 좋아하는 한 작가님과 함께 밥을 먹었습니다. 그러면서 해주신 말씀 중에 유난히 확 꽂히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살다 보니까 어려움이 닥쳤을 때,
그걸 통해서 새로운 길이 열린 적이 몇 번 있었어.
마냥 좌절과 어려움에 휩쓸리기보다는…“



작가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실패는 실패로 여길 때만 실패가 된다는 것’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시도와 실패를 거듭하면 실패의 크기가 클수록 상처도 깊고 회복의 시간도 필요하겠지만, 어떤 면에서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실패하는 것이 완전한 헛수고(All for nothing)가 아니라 조금이라도 배움을 위한 것(All for learning)이라는 마음을 가졌더라면, 과거의 제가 실패를 바라보는 관점이 조금 달랐다면 좋았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전히 생각과는 다르게 몸이 잘 움직여지지 않을 때가 있지만, 앞으로도 수많은 좌절을 거듭하고 그때마다 시도하는 것이 두려워 주저할 저에게 단호한 말투로



“실패하는 게 어때서, 처음부터 모든 것을 잘할 수는 없어. 실패가 두려운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아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것이 더 두려운 거야.”



라는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20대에는 실패를 실패로 여기곤 했지만 다가오는 30대에는 실패를 통해 조금의 배움이라도 얻으려는 마음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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