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불길하고 꺼림칙한
밤새 저장해 둔 소중한 물을 아껴가며 뿜어냈다. 오른쪽 다리를 들고 마지막 한 방울까지 쏟아내며 영역을 표시했다. 아랫배를 지나 사타구니 안쪽에서 슬슬 신호가 온다. 나무 밑 잔디밭에 신중하게 자리를 잡고 엉덩이를 내려 힘을 주었다. 똥꼬 주위로 열감이 느껴지더니 부드러운 물질이 밀고 나왔다. 묵직했던 아랫배 주위가 시원했다. 뒷다리로 풀밭을 힘껏 차며 흙먼지를 일으켰다. 내 존재가 널리 널리 퍼지기를 바랐다.
엄마가 늘 가던 산책 경로를 벗어났다. 왠지 불길하고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다. 엄마는 크고 무시무시하게 생긴 동상이 떡 버티고 있는 가게 입구로 이끌었다. 나보다 수십 배나 커 보이는 동족은 아무런 해코지를 하지 않았다. 미동도 없이 서 있었지만 가까이 가고 싶지 않았다. 들어가기 싫어 다리에 힘을 주고 몸으로 버티었다. 엄마가 당기는 힘 반대 방향으로 끌었지만 오늘은 통하지 않았다.
는 걸 견생 1년쯤에 터득했던가. 아니 그것보다 일찍인가.
엄마가 나를 안아 바구니에 올려놓고 체중을 쟀다. 그곳에 올라가 가만히 있으면 엄마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밝아졌다 하는데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어떤 여자가 내게 입마개를 씌웠다. 처음엔 무섭고 이상해 ‘으르렁’ 거렸는데 조금 갑갑할 뿐이라는 걸 알고는 참을만했다.
엄마의 애처로운 눈빛과 작별하고 낯선 여자에게 안겨 미용실 안으로 들어갔다.
'윙윙'이발기 돌아가는 소리, '찰칵찰칵' 가위질 소리에 절로 몸이 움츠러들었다. 차갑고 날카로운 가위가 '사각사각' 털을 자르자 다리가 후들거리고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귓구멍 속, 속눈썹, 수염, 똥구멍 주변, 발바닥 쿠션과 쿠션 사이의 털까지 어느 곳 하나 미용사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도저히 견딜 수 없을 때는 바닥에 몸을 밀착시켜 미용사와 실랑이를 벌였다. 몸 전부를 다 내주어야 끝이 날 것 같았다. 털이란 털은 다 잘려나가고 깎였다.
'아, 이 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어떻게 버텼는지 모르겠다.
따뜻한 샤워기 물줄기가 등에 쏟아질 때쯤이면 굳었던 몸이 풀렸다. 엄마가 목욕을 시켜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맨살이 다 드러난 몸에 미용사가 무언가를 발라주었는데 기분 좋은 향이 났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밖이 보이는 긴 통속으로 나를 밀어 넣었다. 따뜻한데 시원하기도 하고 맨살에 닿으니 서늘하기도 했다. 처음도 아닌데 뒤숭숭하고 허전한 이 느낌은 익숙해지지 않는다. 안지도 서지도 못한 채 어정쩡하게 서서 출구만 바라보았다. 그때 가게 문이 열리고 엄마가 들어왔다.
엄마는 내가 안쓰러운지 목을 꼭 껴안아주었다. 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