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내 코를 지나 눈물까지 훔쳐갔고
난생처음 쳐보는 몸부림이었다. 죽기 살기로 발을 저었다. 발은 바닥에 닿지 않아 물속에서 허우적댔다.
이러다가 물 밑으로 가라앉을 것만 같았다.
큰 언니가 두 손으로 배를 살짝 받치고 있었지만 물에 빠질까 무서웠다. 엄마와 작은 언니는 함께 바위에 앉아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있었다. 내가 말을 할 수만 있었다면 구해달라고 했을 것이다. 헤엄치느라, 아니 발버둥 치느라 있는 힘을 다 써버려 소리 낼 기운조차 없었다. 헐떡임과 낑낑대는 소리가 울음을 대신했다.
“자두야, 힘내! 넌 할 수 있어. 어서 우리한테로 와.”
남의 속도 모르고 엄마와 언니는 큰소리로 응원을 했다. 만약 그 두 사람이 옆에 있었다면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거렸을 것이다. 차마 물지는 못하고. 아니 물었을지도...
죽을 둥 살 둥 어찌어찌 헤엄쳐서 엄마가 있는 바위 근처까지 갔다. 견생 첫 헤엄이다. 두 앞발에 힘을 주어 바위 위로 올라가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미끄러워서 헛발질만 했다. 엄마는 나를 끌어당겨 주지도 않았다. 내 모습을 보며 작은 언니와 손뼉 치며 깔깔대기만 했다.
겨우 살았다 싶었는데 그것도 잠시, 큰 언니가 와서 다시 깊은 물속으로 끌고 갔다. 더 깊은 곳으로.
이제 발버둥 칠 기운도 없었다. 몸이 계곡물아래로 조금씩 가라앉는 것 같았다.
엄마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자두 물에 빠진다. 어서 빨리 끌어올려! 큰일 나겠다.”
큰언니가 서둘러 나를 안아 올려서 겨우 살았다. 계곡물이 내 코를 지나 눈물까지 훔쳐갔다.
난 겁이 많고 소심한 편이라 뭐든 차근차근 한 걸음씩 배우는 게 좋다. 이런 나를 계곡물 한가운데로 데려가서 다짜고짜 헤엄치라고 한 건 너무한 처사다. 목숨이 달린 중요한 문제인데 말이다. 땅 위라면 도망이라도 쳤을 텐데 그럴 수도 없었다. 견생이 12~15년이라고 하는데 십 년을 감수했으니 생명이 얼마나 단축된 걸까.
큰 언니가 주동자였고 엄마와 작은언니는 방관자였다. 만약 아빠가 있었다면 내 편이 되어주었을까. 이유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아빠가 보고 싶다.
물에서 나와 몸서리를 치며 온몸의 물을 떨어냈다. 어디 멀리멀리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고만 싶었다. 처음 온 곳이라 길을 잃을까 봐 멀리 가지도 못하고 엄마가 보이는 가시권에서 맴돌았다.
허망한 눈으로 방금까지 허우적대던 계곡을 바라보는데 헤엄을 치는 종족이 보였다. 나보다 체구가 작고 털이 짧고 땅딸했는데 헤엄을 잘 쳤다. 보호자와 함께 물놀이를 즐기는 것 같았다. 나와는 정반대의 상황이라 착잡했다.
그 옆에 큰언니와 작은 언니는 어린아이들처럼 물속에서 물장구를 치고 물싸움을 하며 놀고 있다. 내 심정은 헤아리지도 않은 채.
사람들이 시원한 계곡을 찾아 물놀이하며 노는 것을 ‘휴가’라고 한다.
난 사람들의 휴가를 따라왔다가 된통 당하고 돌아간다.
짧아진 내 생명줄, 어떻게 연장해야 하나 고민이 깊어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