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거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넘어야 하는 관문이었다.
처음 하는 것이다 보니,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날은 최상의 컨디션이 필요했다. 바로 기술보증기금 AI 면접이 있기 때문이었다. AI 면접은 본면접을 치르기 전, 응시자가 혼자서 컴퓨터를 통해 AI와 면접을 보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탈락하면 본면접을 응시할 기회도 사라지기에, 사력을 다해야 했다. 나는 약간 긴장한 채, 집의 컴퓨터를 켜서 공지된 사이트에 접속하였다.
한편으로 그날은 행정고시 2차 시험 결과가 발표되는 날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이미 나와 관련된 일이 아니었다. 최소한의 양심으로 달력에 표기는 해놨지만, 단지 그뿐. 나에게는 AI 면접이라는 관문을 통과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했다.
AI 면접이라니, 사실 그렇게 미덥지는 않았다. 내가 인공지능에게 평가받는다는 것도 은근히 신경 쓰이는 포인트였다. 게다가 도중에 인터넷 연결이 끊겨서는 안 되었다. 집 컴퓨터는 이따금씩 인터넷이 끊기고는 했기에, 나는 더욱 신경을 곤두세웠다. 중간에 페이지가 안 넘어가서 탈락하는 상상을 하니 끔찍했다.
면접 도중 ‘제도적으로 잘못된 것의 사례를 들어라’는 질문을 받았다. 평소 생각해 둔 게 있긴 했다만, 표현 방식이 고민이었다. 너무 직설적으로 말하면 안 될 것 같고, 그렇다고 빙빙 돌리거나 이도저도 아니게 말할 수도 없었다. 그리고 그럴수록, 과연 인공지능이 정말 평가를 객관적으로 잘할까 하는 불안감은 더 커져 갔다.
그래도 ‘진짜 면접’이 아니라 그런지 AI 면접은 생각보다 빨리 끝이 났다. 썩 시원하게 해내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그날 예정되었던 큰일을 처리했다.
이제 언제나 그랬듯이 스터디카페를 향했다. AI 면접을 본 것 때문에 신경이 조금 쓰이긴 했지만, 그래도 달려야 했다. 붙었다고 생각하고 본면접을 준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사실 AI 면접은 ‘미달’만 아니면 누구나 다 통과한다. 3:1의 경쟁률을 자랑하는 본면접이야말로 진짜 면접이었다.
그렇게 늘 앉던 자리로 가서 노트북을 꺼내어 면접 공부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16시, 2차 시험 발표 2시간 전. 갑자기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당황했다. 나는 행정고시를 완전히 잊은 줄 알았다. 그런데 이 감정은 뭐지? 내 심장소리가 왜 이렇게 크게 들리는 걸까?
기술보증기금 면접 준비를 뒤로 한 채, 나는 오랜만에 행정고시 수험생 커뮤니티를 들어갔다. 인터넷 너머의 다른 수험생들도 긴장한 탓인지 새로운 글들이 대규모로 올라오고 있었다.
혹시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도저히 가망이 없었다. 큰 배점의 문제를 ‘최소’ 3개 틀렸다. 심지어, 합격을 위해서는 당연히 맞춰야 하는 기본적인 문제들이었다.
합격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시간은 흘렀다. 이성은 나에게 괜한 희망을 품지 말라고, 그 시간에 면접 준비나 하라고 외쳤다. 그러나 그럴 수가 없었다. 대신 나는 휴대폰을 들었다. 그리고 실장 형을 비롯한 여러 친구들에게 카톡을 보냈다.
‘나에게 힘을 보내줘’.
잊은 줄만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행정고시는 내 마음속 깊은 곳에 남아 있었다. 나조차도 그걸 전혀 몰랐다.
그리고, 지금 나는 기적을 바라고 있었다.
17시 59분, 발표 1분 전. 나는 도저히 폰을 볼 수 없었다. 합격문자는 정확히 18시에, 오직 합격자에게만 발송된다. 문자가 오지 않으면 너무 허망할 것 같았다. 나는 폰을 뒤집어 덮고는, 멀리 치워뒀다.
심장은 쾅쾅 뛰고 있었다. 나는 기술보증기금 면접 관련 내용이 가득한 노트북을 바라보았다. 노트북 시계는 18시 1분을 가리켰다.
‘쇼하지 말자’
머릿속을 스쳤다. 결과는 뻔한 것이었다. 그런데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스스로의 모습이 한심해 보였다.
‘어차피 떨어진 거, 그냥 보고 치우자’
하지만 확인 후, 오늘은 이만 스터디카페에서 나올 생각이었다. 오늘만큼은 도저히 공부를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쉬어야 했다. 마음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나는 폰을 뒤집어 확인했다.
문자가 와 있었다.
“뭐, 뭐야?”
당황했다. 문자 내용을 보았다. 분명히 2차 합격 문자였다. 이게 뭐야. 어떻게 된 거지? 조용한 스터디카페에서 나도 모르게 혼잣말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노트북으로 공무원 채용 홈페이지를 들어갔다. 2차 합격자 명단이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내 수험번호가 있었다. 진짜 내 번호가 맞는지 몇 번이나 확인했다. 그러나 분명히 내 번호였다.
명확했다. 나는 2차 시험에 합격한 것이다.
당황스러웠다. 황당하기까지 했다.
‘대체 내가 왜 붙은 거지?’
그때의 기분은 이루 말로 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