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각종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 분들을 위한 것이다. 여기서 시험이란 행정고시, 공무원 시험, 수능, 리트, CPA와 같은 유형을 뜻한다. 기업 입사를 위해 토익, 자격증 등 여러 스펙을 단계적으로 준비해 나가는 취업 준비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다른 에피소드들은 모두 나의 수험 이야기를 다루었다. 하지만 수험 팁에 관한 내용은 이 글에 몰아넣겠다.
사실 내가 감히 누군가에게 ‘수험 팁’을 알려드려도 되는지 확신이 잘 서지 않는다. 나도 많이 방황했고, 마지막에야 너무나 아슬아슬하게 붙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부방법은 사람들마다 다르다. 누군가에게는 맞는 방법이, 다른 사람에게는 안 맞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겪은 이야기가 잘하면 누군가에게 일말이나마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고 글을 올린다.
나는 솔직히 지난 수험생활이 지금 직장생활보다 훨씬 어려웠다. 수험생 때는 앞으로 내가 어떻게 될지 한 치 앞도 알 수 없다. 공부는 그 누구도 대신해주지 않으며, 내가 놀거나 멍을 때리면 단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다. 남들이 취업하는 모습을 바라보면 뒤처지는 느낌도 들며, 실제로 뒤처진다.
그러나 수험생활 중 가장 어려운 것은 ‘떨어지면 뒤가 없다는 것’이다. 일반 취준생은 비록 목표하던 기업에 가지 못하더라도, 눈을 낮춰 다른 기업에 취직할 수 있다. 대학원생 또한 목표하던 바를 이루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학위를 취득하며 그 분야에 대한 깊은 지식을 얻는다.
하지만 시험은 다르다. 합격하지 못하면, 그간의 모든 노력에 대하여 어떠한 보상도 주어지지 않는다. 시간만 흘렀을 뿐이다.
그러니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겠다. ‘못해도 된다’, ‘떨어져도 괜찮다’와 같이 아름다운 말은 하지 않겠다.
폰을 집에 두고 다니는 것을 추천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폰 보는 걸 좋아한다. 공부를 하다가도 수시로 폰을 켜서 카톡이라도 안 왔는지 확인하고는 했다. 폰을 가방에 넣어놔도, 멀리 치워둬도 마찬가지였다. 5분마다 일어나서 폰을 보러 간 적도 있다. 그럴 때마다 집중력은 뚝뚝 끊긴다.
폰이 없어도 공부하는 데는 아무런 지장도 없다. 처음에는 밥 먹으러 갈 때, 공부하다 잠시 쉴 때 어색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곧 적응된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쉴 것을 권한다. 사람의 체력과 정신력은 무한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쉬더라도, 공부를 3시간 이상은 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흐름이 이어지고, 공부하는 습관이 잡히기 때문이다. 혹시 본인의 능력이 받쳐준다면, 그 이상을 하는 것도 좋다.
중간에 졸리거나 식사 후 식곤증이 오면, 커피를 한두 잔 마시는 것도 괜찮다. 나는 굉장히 잠이 많은 사람인데, 커피 덕분에 졸음을 쫓아낼 수 있었다. 평소에 운동을 꾸준히 해서 체력 자체를 키우는 것도 방법이다(나는 그러지는 못했다).
점심 식사를 미숫가루로 대체하는 것도 방법이다. 미숫가루를 우유에 타고 마신 뒤 설거지하기까지 1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시간을 굉장히 절약할 수 있다. 미숫가루는 영양성분도 풍부하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 있냐고? 선택사항이다. 그러나 30~40분의 시간도 중요하지 않겠는가?
‘합격한다’는 마인드를 장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나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되새겼다. 그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반드시 할 수 있다며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 몸도 마음도 그렇게 반응할 것이다.
반대로 ‘내가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나도 그랬다. ‘되지도 않을 것 내가 괜히 붙잡고 있는 것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러나 할 수 있다. 합격자들이, 스펙 좋은 경쟁자들이 대단해 보일 수 있지만, 그들도 결국 웃고 울고 힘들어하는 연약한 사람일 뿐이다.
실력이 늘지 않는다 느낄 때가 많다. 괜찮다. 공부는 원래 ‘계단식으로 성장’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충분히 효율적이면서 열심히 한다면, 안 오를 것 같은 실력은 어느 순간 수직 상승한다. 하지만 이러한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기초에 집중’ 해야 한다.
인간관계에 신경 쓸 필요 없다. 친구들은 어차피 합격하면 다 만날 수 있다. 오히려 친구들 챙기느라 공부에 소홀히 하면, 수험기간이 길어지고 결국 이들과 더욱 멀어질 뿐이다. 결정적으로 친구들은 본인의 인생을 책임지지 않는다.
언젠가 일을 보러, 학교 근처에 온 친구가 있었다. 점심만 먹자 했으나, 나는 거절했다. 그는 서운해했지만, 수험 패턴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냉정하다고? 그럴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지금 중요한 것을 택해야 했다.
주위 친구들에게 뒤처지는 느낌이 들 수 있다. 나는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 공부만 하는데, 누구는 취업하고 연애하고 대학원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들어온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수험 공부하는 도중에는 실제로 뒤처지는 게 맞다. 일반 취업에 비해 시험 준비는 더 많은 시간을 소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합격한다면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다. 그러니 남들과 당장 비교하지 말고, 스스로의 길에 확신을 가지는 것이 좋다.
슬럼프가 올 수 있다. 사실 나는 슬럼프를 잘 극복하지는 못했다(‘슬럼프’ 에피소드 참고). 그럼에도 말씀드린다면, 그냥 공부를 해야 한다는 거다. 자리를 뜬다고 해서 슬럼프는 해결되지 않는다. 대신 공부 장소를 바꾸거나, 하고 싶은 과목을 공부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번에는 행정고시(행정직, 기술직)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을 위한 글을 쓰겠다.
언제 진입할지 고민일 수 있다. 최대한 빨리 진입하기를 권한다. 실제로 SKY 대학에서는 21, 22살에 준비하는 분들이 매우 많다. 일찍 준비하는 게 늦게 준비하는 것보다 사실상 불리한 것이 없다. 게다가 행정고시는 ‘학사 4년 졸업’ 같은 요건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나는 24살이 되어서야 준비했는데, 더 일찍 준비할 걸 그랬다는 개인적인 아쉬움이 든다.
진입 전 뭘 준비해야 할지 헷갈릴 수 있다. 그러나 딱히 준비할 게 없다. 엄밀히 말하자면 한국사 2급, 토익 700점이 필요하기는 하나, 이는 고시 진입 후 곧바로 준비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니 거창하게 무언가를 준비할 필요 없이, 바로 학교 고시반 문을 두드릴 것을 권장한다.
남성 분들은 군대를 다녀온 뒤 시험을 준비할지, 그전에 준비할지 고민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시험 합격 후 군대를 다녀올 것을 권한다. 행정고시를 합격하고 나면 군대를 장교(중위 계급)로 다녀올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군대로 인한 (승진, 경력 등) 공백이 생기지 않는다. 실제 공무원 사회에서는 미필 남성 합격자를 부러워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이는 어느 정도 리스크를 짊어져야 하는 일이기는 하다. 그러나 입대 이전에 시험을 붙지 못하더라도, 군대 내에서 계속 공부를 이어갈 수 있으니 여전히 나쁜 선택은 아니다. 나는 입대 전에 ‘행정고시 기술직’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운 것이 입대 전 행정고시를 준비하지 않은 것이다.
만약 학교에 고시반이 있다면, 즉시 방문할 것을 권한다. 고시반에는 많은 자료가 있고, 수험 생활 습관을 잡기도 좋다. 무엇보다 함께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어 소속감을 느낄 수 있다. 합격 후에는 이들이 인맥이 될 수도 있다.
기술직은 선발 인원이 극단적으로 적다. 한 해에 많이 뽑아야 15명 정도이고, 심지어 1명 뽑는 직렬도 있다. 그럼에도 그 안에 내가 들어간다고 생각해야 한다.
선발 인원이 너무 적어서 리스크가 있는 편이다. 그나마 리스크를 줄이고, 마음의 안도를 얻기 위해서는 탈출구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2차 시험 응시 이후, 남는 시간 동안 기사나 컴활 자격증을 취득하는 방법이 있다.
‘떨어질 생각’을 왜 하냐고? 위의 ‘나는 합격한다’와 배치되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이는 보험일 뿐이다. 자동차를 탈 때 그 누구도 자신이 사고 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안전벨트는 필수이다. 그런 거다. 자격증 취득 등 만반의 준비를 해둔다면, 마음의 안정을 얻기에 덜 조급하게 공부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수험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다.
혹시 나와 같은 ‘일반기계직’ 수험생이 계시다면, 연락을 주시면 좀더 상세하게 도와드릴 수 있다.
행정고시 합격 직후 작성한 합격수기를 첨부한다. 지금 보면 부끄러운 것도 많지만 그래도 그때 감성을 살려야 하니, 수정 없이 원본 그대로 올린다.
일부 내용은 실제와 조금 다르다. 합격수기와 내 브런치북 간 상충되는 게 있을 수도 있는데, 당시 부끄러워서 제대로 못 썼던 것이다. 그 경우는 브런치북에 올린 글이 맞다(예 : ‘벼락’ 에피소드 등).
나도 수험생이었던 시절이 정말 엊그제 같다. 지금도 가방을 들고 기맥정이나 스터디카페에 간 기억이 또렷하다. 그때 커피를 하루에 7잔씩 마시며 공부했다(이렇게 마시면 안 좋다). 풀리지 않는 문제 때문에, 앞이 보이지 않는 현실 때문에 괴로워했다.
그러나 그 끝은 있다. 지금이 힘들더라도, 합격한다면 그 열매는 달다.
다들 진심으로 잘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