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남오
눈을 감아도 들리고, 어딜 가도 들려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나는 그게 솔의 목소리다.
처음 솔이를 만났을 때 눈이 펑펑 내리던 겨울이었다.
내 삶에 진짜 봄이 온 것도 그녀와 맞는 봄이 처음이었다.
그녀는 계절마다 어울리는 노래를 하루종일 불렀다.
겨울엔 서글프고 외로운 노래를, 봄이면 따뜻하고 정감 가는 노래를,
여름엔 춤을 춰야만 할 것 같은 신나는 노래, 가을은 쓸쓸하지만 그리운 누군가를 떠올릴만한 그런 노래.
솔이는 노래를 정말 잘한다. 잘한다는 표현으로도 채워지지 않을뿐더러 지나가는 사람도 돌아보게 만든다.
아담하고 작은 체구에 작은 얼굴. 그 안에 오밀조밀 들어간 큰 눈과 귀여운 콧방울, 그리고 입술까지.
그녀의 모든 걸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가 노래를 할 때면 나는 이유 없이 구슬프고 마음이 저릿거렸다.
솔이는 가수가 되고 싶어 했다. 그 분야에 무지한 나도 솔이만큼은 성공한 가수가 될 거라 확신했다.
여느 때와 같이 함께 누워서 천장을 하늘 삼아 바라보고 이야기를 하는데 솔이는 또 노래를 불렀다.
그때 문득 내가 그녀의 꿈을 막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솔이 하나를 책임지겠다고, 그럴 수 있다는 확신으로 일을 하고 솔이와 시간을 보냈다.
집에서 날 위해 밥을 하고 집안일을 해주고 부모님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나를 기다리며
나와 시간을 보내주는 솔이를 다시 생각해 보았다.
그 생각이 들자마자 내 마음은 무섭도록 불안해졌다.
솔이의 노래가 그날따라 더 구슬펐고 이 노래를 하염없이 듣고만 싶었다.
그래서 물었다.
”솔아, 노래를 할 때 어떤 마음이 들어? “
”살아있는 것 같아. 나는 네가 없었으면 하루종일 노래만 했을 거야. “
”그럼 가수가 되고 싶지 않아? “
솔이는 고민했다. 그녀가 고민을 하고 말했다.
”아냐. 그러기엔 너무 늦은 것 같아. “
처음으로 솔의 말에 의심이 들었다.
가수가 되고 싶었다는 이야기를 할 때 지금까지 이렇게 고민한 적이 없었다.
그냥 지난 옛이야기를 하듯 웃으며 말했던 솔이는 이번만큼은 고민을 했다.
문득 갑자기 든 생각은 결국 나를 집어삼킬 듯 커져갔다.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다 듣고도 내 곁에 남아준 솔이는 그런 이야기 때문에
더더욱 날 떠나지 못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내게 제일 소중한 사람이 나 때문에 꿈을 포기하고 있는 거라면 나는 그걸 감당할 수 있을까?
서로가 서로의 사랑이 아닌 탓이 되어버리면 어떡할까?
솔이가 어느 날 꿈을 이루지 못한 걸 나의 탓으로 돌릴 때 난 어떻게 해야 할까.
그보다 더한 절망은 내게 없을 것 같았다.
이번 겨울엔 솔이가 무슨 노래를 할까.
사무치게 듣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