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솔
결핍은 결핍으로 채운다는 말이 있다.
그럼 그 결핍은 완전한 것일까?
나의 자유로움은, 텅 빈 마음은 남오가 채워주었다.
.. 채워졌을까?
어쩌면 자유는 나의 결핍이고 남오와 나는 다르지만 같은 결핍을 가진 채로
서로를 알아본 것 같았다.
사람은 참 이기적 이게도 하나가 채워지면 다른 곳에서 구멍이 나버린다.
남오에게 온전한 사랑을 받아서 내 자유를 찾은 것 같았을 때,
나는 다른 자유를 갈망하게 되었다.
우리 엄마는 내게 늘 말씀하셨다.
“사람은 만족할 수 없어. 그래서 감사를 해야 해.
감사를 하면 모든 걸 만족하게 된단다.”
감사를 알고 행하기에 나는 아직 어른이 덜 됐나 보다.
남오를 사랑하지만, 이따금씩 노래를 할 때면 나도 모르게 구슬퍼졌다.
원래 해볼 때까지 해봐야 후회가 없다고들 하는데
나는 집이 어려워져서 꿈을 접은 언니를 보며 지레 겁먹고 도망쳤기 때문에 후회할 것도 남지 않았다.
그래서 남오가 채워줄 수 없는 무언가가 자꾸만 꿈틀거렸다.
노래를 할 때면 다른 생각은 나지 않고 세상이 고요해진다.
오롯이 나의 노래만 들려오고 내 세상이 된다.
하루종일 노래를 부르고 싶은 탓에 나는 자꾸만 이유를 갖다 댄다.
오늘은 봄이 와서, 내일은 더워지니까, 또는 곧 겨울이 될 거라서.
남오와의 동거를 시작할 때 부모님의 반대는 있었지만 그것도 내겐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
가족을 사랑하는 것과 별개로 내가 자유를 찾는 곳은 다를 수 있으니.
지금은 문득 생각이 든다.
내가 가수를 했다면 어땠을까.
요즘따라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에 남오가 어느 날은 갑자기 물었다.
“솔아, 노래를 할 때 어떤 마음이 들어? “
울컥했다. 혹시나 남오는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게 아닐까?
내가 원해서 포기한 꿈이 아니라서 아직도 무언가 꿈틀거리는 이 마음을
남오 너는 알고 있을까.
”살아있는 것 같아. 나는 네가 없었으면 하루종일 노래만 했을 거야. “
”그럼 가수가 되고 싶지 않아? “
이 꿈틀거림이 내 입안을 맴돌았다. 몇 번이고 맴돌다가 결국 용기가 나지 않아서 삼켜버렸다.
체할지 몰라도 일단은 밀어 넣는 게 남오와 내게 좋을 것 같았다.
우리는 작년의 겨울과 올해 봄, 여름을 지나 가을까지.
다툼도 없이 서로를 사무치게 사랑하고 있으니 가수가 되고 싶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분명 우리는 떨어지게 될 테니.
”아냐. 그러기엔 너무 늦은 것 같아. “
내가 솔직하게 대답했다면 우리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