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류유산으로 너를 보내며(2)

가장 느리게 갔던 한 달

by 로투스

임신테스트기 2줄을 본 것으로 마냥 기뻐하기는 일렀다. 매일매일 임신테스트기의 결과선이 점점 진해지는 지를 체크하여, 결과선이 대조선보다 진해졌을 무렵 초음파로 아기집을 확인해야 한다고 하였다.


9월 5일 아침 얼리 테스트기로 희미한 두 줄을 확인한 나는 학교에서 수업을 하면서도 계속 임신테스트기 생각이 났다.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게 보내고 나서 퇴근하자마자 임신테스트를 또 한 번 해보았다. 이번엔 얼리 테스트기가 아닌 일반 테스트기였다.

결과는 또 두 줄이었다..!


다음 날 아침, 알람도 울리기 전에 눈이 번쩍 떠졌다. 임신테스트기를 해보기 위함이었다.

어제보다 더 진한 두 줄이 나왔다.

'우와.. 정말 임신했나 봐!'

신기했고, 안도감도 들었다.


임신, 출산 관련 책에는 이틀에 한 번 임신테스트기를 체크하여 진해지는지를 비교하면 된다고 나와 있었지만, 그 시기엔 온 신경이 그것에만 집중되어 있었기에 이틀을 참기가 어려웠다.


그날로 부터 매일 아침 소변으로 임신테스트를 해보고 테스트기를 스크랩하는 것이 내 아침 루틴이 되었다. 어제보다 진해진 선을 보고서야 안심이 되었고, 그 진해진 선이 우리 아기가 나에게 점점 오고 있다는 증거 같아서 기쁘고 설레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이게 뭐라고 소풍을 앞둔 어린아이처럼 너무 설레어서 매일 아침 눈이 저절로 일찍 떠졌다. 어떤 날은 3시, 4시에도 잠이 깨어서 졸린 눈을 비비며 소변컵에 소변을 받아 테스트기를 해보고 다시 조금 더 잠을 청하기도 하였다.


'아기집은 언제 볼 수 있는 걸까? 빨리 보고 싶다.'

행복한 기다림이 시작되었고, 시간이 너무 느리게 흐르는 것 같았다.


임신테스트기로 첫 두줄을 확인하고 2주 후가 추석이었다. 얼른 아기집을 확인하여서 추석에 가족들을 만나면 이 기쁜 소식을 전해드리고 싶었다.


추석날을 기준으로 임신 5주 정도밖에 안된 극초기라 임신 소식을 알릴까 말까 고민이 되었지만, 양가 가족들 모두가 미국 여행 다녀와서 임신 준비를 시작할 거라는 우리의 계획을 알고 계셨기에 우리가 말하지 않아도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서 여쭤보실 것 같았다. 그래서 이르지만 가족들에게만큼은 빨리 임신 소식을 알리고 축하받고 싶었다.


임신테스트기의 결과선이 대조선보다 진해지는 것을 역전이라고 하고 보통 역전이 되어야 아기집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매일 아침 임신테스트기를 체크하며 결과선이 확실히 진해졌을 때 병원을 방문했다. 초음파 상으로 아주 조그맣고 동그란 아기집이 확인되었다.


"집 짓느라 수고했어. 아가야."

쑥스럽지만 괜히 배를 쓰다듬으며 뱃속의 생명에게 말을 건넸다.


9월 14일에 아기집을 확인하고, 9월 16일부터 추석 연휴였다. 임밍아웃 박스를 만들어 친정과 시댁 식구들에게 깜짝 이벤트를 하였다.


다들 너무 기뻐하셨고, 축하해 주셨다.

시댁에서도 친정에서도 하하호호 행복한 추석을 보냈다. 효도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행복하고 행복하고 또 행복했다.

어떤 말로도 표현되지 않을 행복이었다.


추석날 밤 동그란 보름달을 보며 아가가 건강하게 잘 태어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9월 5일에 첫 임신테스트기 두 줄을 확인하고, 9월 14일에 아기집을 확인하기까지 9일에 불과했지만, 나에게는 마치 90일처럼 느껴질 만큼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 같았다.


아기집을 확인하고 나서도 끝이 아니었다. 일주일 후 다음 진료까지 또 설레는 기다림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시간이 너무 더디게 흘렀다.


그 사이 입덧도 시작되고 몸도 변화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새로운 변화에 대한 설렘, 행복, 걱정, 놀람으로 나의 9월이 채워져 갔다.


그해 9월은 나의 인생에서 가장 긴 한 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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