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류유산으로 너를 보내며(3)

'네'가 아니라 '너희들'이었다고?

by 로투스

추석에 온 식구들에게 많은 축하를 받고 연휴가 끝나자마자 다시 병원을 찾았다. 처음 아기집을 확인한 동네 병원이 아니라 임신을 준비하면서부터 다녔던 집에서는 조금 거리가 있는 난임전문병원이었다. 분만을 하는 병원은 아니라서 임신 후에는 병원을 옮겨야 하였지만, 임신 준비기간동안 초음파를 보고 숙제일을 잡아 주셨던 의사 선생님 있는 병원이라 왠지 임신 소식을 알려야 할 것 같았다. 그 몇 달 사이 의사선생님과 래포가 형성되었는지 반가운 마음에 안부 인사를 하고 초음파실에 들어갔다.


"축하드립니다^^ 쌍둥이네요!"


"네?! 쌍둥이요?? 지난주에 동네 병원에서 확인했을 때는 아기집이 1개였는데요?!"

"하나가 더 늦게 생겼나 봐요. 아기집이 2개 보이네요."


초음파 화면에는 지난주에 본 것보다 크기가 훨씬 커진 동그란 아기집 아래로 그보다는 살짝 작은 희미한 동그라미가 또 한 개 보였다.


'헉!!!! 쌍둥이라니??!!'

놀랐지만 기뻤다.

주변에서 쌍둥이를 낳는 사람들을 보면서 내심 나도 쌍둥이를 가지고 싶다고 느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 조금 지나니 걱정도 되었다.

'내가 할 수 있을까..?'


병원에서 다태아로 임신확인서를 발급해 주었고, 나오자마자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쌍둥이래!! 아기집이 하나 더 생겼어!!"

"헉!!!!"


엄마에게도 전화를 걸었다.

"엄마 나 쌍둥이 가졌대!!!!"

"헉!!!!"


그리고 얼마 전 쌍둥이를 낳은 친한 동료 선생님에게 전화를 걸어 이것저것 쌍둥이 출산에 대해 물어보았다.

"어머 선생님 너무 축하해요!!! 쌍둥이 육아 정말 매력적이에요. 정말 축하해요! 제가 둥이 물건도 많이 물려 드리고, 정보도 아는 한에선 많이 알려 드릴게요!^^ 궁금한 거 있음 물어보세요!ㅎㅎ"


질문과 걱정이 뒤섞인 통화를 끝내고 나니 조금은 용기가 생기는 기분이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시댁 식구들에게도 연락을 드렸다.


임신하기 직전 남편과 떠난 미국 여행에서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갔을 때, 아기 옷이 예뻐서 기념품으로 요세미티라고 적힌 아기 옷을 하나 사 왔다.


그래서 이 옷을 입을 아기의 모습을 상상하며, 요세미티의 기운을 받아 큰 사람이 되라고 아기 태명을 '요셈이'라고 지었다.


추석 때 가족들에게 '요셈이'라는 태명을 알려 드렸었는데, 아기가 갑자기 쌍둥이가 되었다!

아가들 태명을 둘로 나누어 '요미'와 '세미'로 바꾸겠다고 양가 가족 단톡방에 공지하였다. 다들 재밌어하셨다.


'임신 4주 차에는 아기집이 1개였는데, 5주 차에는 2개가 되다니...! 정말 다이내믹한 9월이구나ㅎㅎ'


다음날 임신확인서를 가지고 교무실에 가서 임신 사실을 말씀드리고, 모성보호를 위한 단축근무를 사용하여 2시간 일찍 퇴근할 수 있게 되었다. 학교에서도 쌍둥이라는 사실에 놀라고 많은 축하를 해주셨다.


보건소에 가서 임산부 등록을 하고 임산부 배지도 발급받았다.


한 번에 찾아와 준 것만으로도 기쁜데..

두 명이나!!

2배가 아닌 4배로 기뻤다.

'나는 정말 복 받은 사람이구나..'


자녀 계획을 이야기할 때 현실적인 남편은 하나만 낳아 잘 기르기를 바랐다. 덜 현실적인 나는 출산과 육아에 대해 하나도 모르면서, 막연히 둘을 바랐다. 그래서 하나를 낳아보고 둘째를 낳을지 말지 결정하자고 하였다.


그런데 둘이 한 번에 찾아오다니... (내가 이긴 기분이..?ㅎㅎ)

요미와 세미에게 너무 고마웠다.


쌍둥이 아이 둘이 같이 노는 모습을 상상하며, 우리 가족이 꽉찬 하나로 완성되는 느낌이 들었다.


"요미야. 세미야. 엄마한테 와줘서 고마워.

엄마 아빠가 잘 길러줄게. 사랑해♡"


아직 눈에 보이지도 않는 너희를..

내 몸 속에 작은 집만 지은 너희를..

나는 벌써 사랑하게 되어버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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