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알림이 왔다. 왜 안 오나 했다. 꾸지람 같기도 하고, 독려 같기도 하고, 약간 가스라이팅 같기도 하다.
'글을 써... 성실하게 글을 쓰란 말이야... 브런치를 더 열심히 해야지...' 하는 속삭임 같아서 말이다.
꼭 그래서 이렇게 쓰고 있는 건 아니다. 나는 쓰고 싶을 때 쓸 거다. 재미로 시작한 일에까지 의무감을 더하고 싶지는 않으니 말이다.(물론 그럼에도 꾸준히 글을 써내는 분들이 존경스럽다.)
요즘 하루동안에 사계절을 모두 느낄 수 있다. 출근길에는 쌀쌀해서 시트에 열선(일명, 엉따)을 켜고 가고, 점심을 먹고 나면 살짝 열이 올랐다가 퇴근하고 차를 타고 집에 오는 동안에는 또 더워서 에어컨을 틀게 된다. 학교라서 퇴근이 빠르기도 하고, 근무지에 지하주차장이 없어서 하루 종일 볕을 고스란히 받은 차 안은 온실 같다. 그러다 뉘엿뉘엿 해가 지면 어느새 또 춥다.
이러니 환절기 내내 줄곧 감기가 올 것 같은 느낌이 이틀에 한 번꼴로 든다. 더웠다 갑자기 으슬으슬해질 때 기분이 좋지 않다. 그럴 때는 이불 속에 들어가서 체온을 유지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지만 그러다 보면 끝간 데 없이 몸이 늘어지기 때문에 나는 물을 끓인다.
따뜻하게 차를 마실 타이밍.
나는 요즘 쑥차와 함께 감잎차도 즐겨마신다. 이름 그대로 감나무 잎을 볕에 잘 말려서 우려서 마시는 차인데, 어린잎을 사용해야 떫지 않고 부드러운 맛이 나는 모양이다.
어리고 연한 잎으로 우려낸 감잎차는 그 맛이 달콤하고 고소하고 무난하다. 모든 게 아주 적당하다고 할까? 찻물이 맑은데 들기름을 한 방울 톡 떨어뜨린 것처럼 입 속에서는 유들유들한 여운이 남는다. 한 마디로 감칠맛이 있다.
그래서 좋아하는 사람에게(특히 내 또래나 나보다 연배가 있으신 분들에게) 가볍게 선물할 일이 있을 때, 요즘 이 차가 가장 먼저 떠오르곤 한다.
감잎차는 주로 동양권에서 마시는데, 그중에서도 아마 한국에서 가장 즐겨 마시는 듯하다. (자주 드나든 일본에서 감잎차를 접해본 일이 없었다.)
내 경우엔 차를 마실 때 어떤 이로운 점이 있는지 알고 마시면 마음과 함께 몸도 힐링되는 기분이라 한층 더 차를 즐길 수 있게 된다.
감잎은 폴리페놀 성분이 있어 항산화 효과가 있다. 고로, 노화를 예방해 주고, 피부를 좋게 해 준다는 것이다.(이건 모든 차의 공통점인 걸까?) 뿐만 아니라 혈당을 조절해 주고 항염 효과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소화 효소의 분비를 촉진하고 면역력을 강화시켜 준다고 하니, 소화가 안 될 때나 요즘 같은 환절기에 따끈하게 마셔주면 큰 도움이 된다.
나처럼 체온 유지 기능이 약해서 금세 몸이 더웠다 차가워졌다 하는 사람들은 몸 컨디션에 맞게 적정 온도의 수분을 섭취하는 것만으로도 몸의 체온을 어느 정도 조절해 줄 수 있다. 더울 땐 차갑게, 추울 땐 따뜻하게 마셔주는 거다.
별거 아닌 거 같아도 나는 실제로 몸이 으슬으슬하고 몸살기가 있다고 느껴질 때 따뜻하게 우린 차를 마시고 컨디션이 회복된 적이 많다. 덕분에 환절기를 잘 넘기고 있는 중이다.
감잎차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핸드드립 커피를 맛있게 마시면서 글을 쓰고 있자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나는 다도를 제대로 배운 적도 없고 그럴듯한 찻잔 하나 가지고 있지도 않으면서 무슨 생각으로 차에 대해서 쓰고자 했을까? 투박한 머그컵에 티백이나 우려서 마시는 주제에 말이다.
사실 내가 차를 마시기 시작한 이유는 차가 좋아서라기보다 카페인 분해능력의 한계 때문이었다. 나에게 차는 커피 대체품일 뿐이었는데, 이것저것 마시다 보니 맛있는 차가 많다는 걸 알게 된, 딱 그 정도 수준에 왜 글을 쓰겠다고 마음을 먹었는지...
그건 그럴듯하게 정성을 들이지 않는 대량생산제품 소비자에 불과하더라도 차를 마신다는 행위 자체가 나에게 분명히 즐거움과 위로가 되었기 때문일 거다.
차에 대한 지식은 별로(아니 거의) 없어도 차 맛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후각과 미각이 있고, 그게 나에게 행복감을 주니 그거면 된 거라고 합리화하고 싶다. 누가 뭐라고 한 건 아니지만 말이다.
또 모를 일이다. 차에 대해 쓰다 보면 애정이 깊어져서 아침마다 원두를 갈아 핸드드립을 내리듯이 언젠가 차를 우리는 일이 진심을 다하고 있을지도.
주말 동안 돌풍과 비와 지역에 따라서 우박까지 예보가 돼있다. 느닷없다. 기후가 정말 이상해지고 있는 게 체감된다. 그리고 왜 꼭 행복한 주말이면 비가 오는 건지 모르겠다.
내리는 비에 벚꽃이 다 떨어지지 않기를 바라본다.
기온도 뚝 떨어진다고 하니 나는 또 주말 내내 따뜻한 차가 필요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