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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붕어만세 Dec 05. 2024

유예(猶豫)와 교활(狡猾)  

아빠가 들려주는 사자성어 이야기

유(猶)는 세상에서 제일 겁이 많은 동물입니다. 어디서 바스락 소리만 나도 화들짝 놀라 숨어 버리죠. 덩치가 작거나 싸움을 못하는 것도 아닌데, 걸핏하면 나무 위로 도망쳐 내려올 생각을 안 합니다.


코끼리를 닮은 예(豫)는 몸집이 집채만 합니다. 하지만 이 녀석은 행동이 너무 굼떠서 한 발작 내딛는데 하세월이 걸립니다. 성질 급한 한쿡 사람 한정으로 차라리 호환, 마마가 낫겠다 싶은 무시무시한 괴물이죠. 게다가 얘도 유 못지않게 겁이 많아서, 유와 예가 함께 뭘 좀 해볼라치면 도무지 진행이 안 됩니다. 그래서 무한정 일을 미룰 때 유예(猶豫)라고 합니다. 그리고..왜때문인지..유예는 법률 용어에 많이 쓰입니다.



교(狡)는 상서로운 동물입니다. 교가 나타나면 천하는 태평성대가 되고, 농사는 대풍이 들어, 온 백성이 배를 두드리며 노래를 하게 됩니다. 반대로 활(猾)은 재앙을 몰고 오는 흉한 동물이라 활이 모습을 드러내면 고을마다 기근이 들고, 나라에는 전쟁이 터지며, 백성들 사이에는 역병이 돕니다. 수출이 안되고, 집값이 떨어지며..

1 +1으로 싸게 산 것 같은 기쁨을 주잖아..

특히 이 활이란 놈은 뼈가 없어서, 유들유들한 게 꼭 입안의 혀처럼 부드럽습니다. 고깃 덩어리로 착각한 호랑이가 활을 낼름 삼키면, 목구멍으로 쑥 미끄러져 들어가서는 뱃속을 다 파먹고 호랑이가 죽은 뒤에야 유유히 빠져나오는 놈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늘 활을 두려워하고 교가 나타나기만을 학수고대하지만, 교는 좀처럼 모습을 비추지 않습니다. 게다가 교와 활은 단짝이라 교가 나타나면 꼭 활도 따라나섭니다. 그래서 교를 보았다고 좋아하다 보면, 반드시 흉한 일이 따라 생기다 보니 아예 두 놈을 붙여서 교활(狡猾)이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겉보기에는 그럴듯하고 좋아 보이나, 뒤에는 꼭 숭악한 일이 생기거든요.




시키지도 않은 결단 같은 거 좀 하지마.

덧 붙이는 이야기 / 중과부적 | 衆寡不敵

혹은 과부적중 | 寡不敌众


제나라가 한참 힘이 있을 때, 맹자가 제나라를 찾아가 "칼로 뭐 해보려고 백날 설쳐봐야 안돼. 마음으로 바르게 다스려야지. 그리고 지금 제나라만한 나라가 무려 아홉이나 되는데, 너 혼자 다 이길 수 있겠냐? 아예 칼은 뽑지도 마.." 뭐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곁가지로 나오던 사자성어가 중과부적입니다. 애초에 열심히 싸워 봤는데 잘 안 됐어.. 라기보다는, 칼로 뭐 해볼 생각은 하지도 마라..에 더 가깝고, 자기 나라 백성들한테 쓰라고 있는 사자성어는 더더욱 아닙니다.



https://brunch.co.kr/@goldfish-studio/65

중과부적은 싸움 같은 거 함부로 하지 말라고 얘기하던 중에 나온 말입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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