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교대 수면 극복기
간호사들의 근무 형태는 병원과 부서에 따라 다양하다. 전통적으로는 많은 간호사들이 3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 나도 오늘 나이트 근무(10pm-7am)를 한다. 어제도 나이트 근무를 했다. 하지만 내일 또 나이트 근무를 해야 한다. 소위 말하는 쓰리 나이트 근무다. 벌써 6년째 이것을 하고 있다. 적응이 쉽지 않다. 가장 힘든 건 수면이다. 그래도 앞으로 몇 년 더한다면 적응이 되지 않을까? 10년째 이것을 하고 있는 선배에게 물어봤다.
“선배 10년 정도 3교대 하면 적응이 되나요?"
“야 나도 선배들에게 똑같이 물어봤거든? 15년, 20년 3교대 하면 적응되나요?”
“오 대답이 뭐예요?"
“15년, 20년을 해도 3교대 적응 따위 안된다는 게 '학계의 점심'이야.”
“아 그런 걸 기대하는 자체가 '학계의 디저트'겠군요!”
적응은 쉽지 않았다. 30년 하면 되려나. 그때까지 일할 생각은 없다. 왜냐하면 그전에 내가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통장을 보니 지금 당장 그만둘 수도 없다. 3교대를 피하지 못한다는 소리다. 그렇다면 즐겨야지! 디저트를 먹으면서 방법을 찾아봤다. 3교대 건강과 관련된 좋은 책을 찾았다. 데이비드 A. 싱클레어의 "노화의 종말"이다. 책에서는 이런 말들이 나왔다.
수면 리듬 교란, 스트레스, 생활 패턴 불규칙성은 DNA의 손상을 가져올 수 있다.
이는 노화뿐만 아니라 건강(암, 백혈병 등)에도 큰 영향을 준다.
최근에는 근무형태가 많이 다양화 됐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많은 간호사들이 3교대 근무를 한다. 아침에 자고, 밤에 일하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생체 시계에 혼란이 오기 때문이다. 인간의 몸은 낮에는 활동, 밤에는 회복(수면) 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하지만 3교대 근무를 하면 밤에 깨어 있고, 낮에 자야 하는 패턴이 반복된다. 멜라토닌(수면 호르몬) 분비도 불규칙 해진다. 이는 '호르몬 불균형 → 세포 노화 가속화'로 이어질 수 있다. WHO(세계보건기구)에서는 야간 근무를 ‘발암 가능성이 있는 환경 요인’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수면 부족은 심각한 '스트레스'를 불러오기도 한다. 3교대 간호사들은 고도의 집중력, 환자와의 소통, 긴급 상황 대응 등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밤에도 예외는 없다. 오히려 더 어렵다. 이런 환경에서 코르티솔(스트레스 호르몬)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면 면역 기능 저하, 만성 염증 증가, 노화 관련 질환(고혈압, 당뇨, 심혈관 질환) 위험 상승이 될 확률도 높아진다.
물론 3교대 근무의 좋은 점들도 있다. 야간 수당을 준다. 평일에 쉬면 여유롭다. 여의도 현대 백화점에 가서 조용히 쇼핑을 즐길 수 있다. 헬스장도 전세 낸 것처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좋더라도 생명과 비교할 수 없다. 생명을 갈아 넣으며 일한다는 말도 있기 때문이다. 돈도, 여유도 중요하지만 건강이 언제나 최고다. 어떻게 하면 건강 챙기며 일할 수 있을까? 책 '노화의 종말'에 나와있던 내용과, 나의 경험을 덧붙여 좋은 방법들을 찾아냈다.
야간 근무가 끝나고 퇴근할 때는 선글라스를 착용한다. '출근길 빌런'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냐고? 아니다. 생각보다 많이 없다. 왜냐하면 다들 출근한다고 바쁘기 때문이다. 아침에 강한 빛을 피해야 멜라토닌이 분비되어 잠을 잘 수 있다. 반대로 낮 근무로 돌아와야 할 때 최대한 햇빛을 많이 쬔다. 햇빛을 20분 정도 쬐면 생체 리듬 회복에 도움이 된다. 비타민 D 합성까지 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베리류, 녹차, 견과류, 생선, 다크 초콜릿 (85% 이상) 같은 제품들에는 노화 방지, 항산화 작용을 하는 것들이 들어있다. 자주 섭취하면 건강에 도움을 준다. 가급적 야식은 피해야 한다. 밤 근무 동안도 안 먹으면 좋다. 자연스럽게 간헐적 단식 (16시간)이 되는 거다. 간헐적 단식은 손상된 세포를 제거하고 새로운 세포 생성을 촉진한다. 이는 노화 방지와 장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수면 전 카페인은 최소 8시간 전에 마시고, 알코올 섭취는 줄여야 한다. 알코올은 수면 시작에는 도움이 될 수 있어도 깊은 수면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낮에 잘 때 완전한 어둠(암막 커튼, 수면 안대) & 시원한 온도(18~20도)를 유지하자.
일정한 기상 시간을 유지하려고 노력하자. 쉬는 날에도 늦잠은 피하기. 오히려 많이 자면 더 피곤해진다.
수면 전에는 전자기기 사용 최소화 해야 한다. 멜라토닌 분비를 방해시키기 때문이다. (쇼츠 멈춰! 학교 폭력 멈춰!)
사우나는 열충격 단백질(HSP) 증가 → 세포 복구 촉진 시킨다. 사우나 한 번씩 가주자.
찬물 샤워는 혈액순환 개선 & 염증 감소 효과 적이다. 온탕 갔다가 사우나 갔다가 바로 냉탕 입수까지 완벽하다. 사우나 한 번씩 가주자.
밤 근무 중 피로가 쌓일 때 15~30분 정도 짧게 낮잠을 자면 회복력이 증가한다.
하지만 1시간 이상 자면 깊은 수면 주기에 들어가 더 피곤해질 수 있다. 깊이 자다가 중간에 누가 깨우면 더 피곤해지는 이유다.
몇십 년을 해도 적응이 쉽지 않다는 게 3교대 근무다. 그럼에도 해결책은 있었다. 실제로 위에 있는 것들 중1, 3,5 번은 1년 정도 실천 해봤다. 이전보다는 정말 많이 좋아졌다. 평소 피로가 줄어들었다. 야간 근무 중에도 활력이 생겼다. 이번에 새로 알게 된 2,4번도 실천해 봐야겠다. 언제나 가장 중요한 건 생각보다 움직이는 거니까. 이 내용들이 3교대 간호사뿐만 아니라 수면으로 고민하는 많은 직장인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