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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른다고 말하기

가장 쉬우면서 가장 어려운 것

by 태섭

“쌤, 이거 어떻게 하면 될까요? 뭔지 모르겠어요.”

“아, 그거? 쉽지. 그냥 이렇게 하면 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마치 세상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한 사람이 있다.

어떤 질문을 해도 막힘없이 대답하는 직장 선배.

너무 든든하다. 그녀는 마치 'ChatGPT' 같다.

하지만 가끔 그 답이 미묘하게 틀리거나,

듣고 보면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 때도 있었다.


"이거 이렇게 하라고 했잖아. 왜 저번에 알려준 대로 안 하는 거야!"

"그때 알려주신 대로 했는데.. 교수님이 이런 방식이 맞다고 하셔서요.."

“아, 그래? 근데 뭐, 대충 맞잖아?”


음 맞지 않다. 아예 다른 방식이었다. 선배는 인정하지 않고 자리만 급하게 피했다. 그 순간 문득 깨달았다.

‘정말 모르는 걸 아는 척하는 게 더 나은 걸까? 아니면 솔직하게 모른다고 말하는 게 더 나은 걸까?’


ChatGPT를 닮은 선배


요즘 가장 똑똑하다고 하는 'ChatGPT'에게 경상도 사투리 중 "망구리"(서울에 딥, deep과 같은 말. '이거 가질 사람'과 같은 의미)에 대해서 물어봤다.

ChatGPT도 가끔 모르는 걸 아는 척하기도 한다. 이것을 “환각(Hallucination)” 증상이라고 말한다. 즉, 자신이 모르는 정보를 그럴듯하게 만들어서 말하는 오류다. 직장에도 그런 선배들이 있다. 사실은 나도 후배가 처음 생겼을 때 그런 적이 있었다.


• 모든 걸 알아야 한다는 압박감.

• 모른다고 하면 무시당할까 봐 두려움.

• 틀려도 괜찮다는 걸 몰랐던 시절.


후배에게 모르는 걸 모른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 그게 사소한 거라면 더더욱 말할 수 없었다. 부끄러웠고, 창피했고, 다른 선배에게 오히려 내가 혼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애매하더라도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나중에 거짓으로 밝혀 질지라도, 당장에는 인정받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틀린 정보가 밝혀지는 순간, 결국에는 신뢰를 잃게 되었다.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 더 용기 있는 행동이다


그만큼 “모른다”는 말은 쉽지 않다. 인정받지 못할까 하는 두려움을 극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선배라고 모든 걸 알지는 못한다. 오히려 모든 걸 다 안다고 하는 사람이 이상하게 보인다.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누구나 틀릴 수 있고, 누구나 모든 걸 다 알지는 못한다는 것을.


내가 아는 것은,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소크라테스


신뢰를 얻는 사람들의 공통점


내가 존경하는 선배들을 떠올려 보면, 그들은 공통적으로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명확히 구분했다.


"선배 이거 알아요?"

“그건 잘 모르겠는데, 나도 한번 찾아볼게!”

“나도 몰랐는데, 너 덕분에 궁금해졌어. 같이 알아보자.”

“그 부분은 확실하지 않지만, 내 경험으로는 이렇더라.”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짜 지적인 사람이고,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예를 조금 더 들자면,


1. 모르는 게 있다면 후배라도 가르쳐 달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정말 멋있는 사람이다.

2. 모르는 게 있다면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정말 멋있는 사람이다.

3. 모르는 게 있다면 실패할까 무섭더라도 먼저 부딪쳐서 배워 보려고 하는 사람이 정말 멋있는 사람이다.

4. 모르는 게 있다면 너무 사소해서 부끄러울지라도 질문하는 사람이 정말 멋있는 사람이다.

5. 모르는 게 있다면 꾸준하게 알아보려고 시도하는 사람이 정말 멋있는 사람이다.

6. 모르는 게 있다면 ChatGPT 같이 새로 나온 AI도 거부감 없이 써볼 수 있는 사람이 정말 멋있는 사람이다.


그들의 공통점은 간단하다.

모르는 걸 아는 척하지 않는다.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배우려는 태도를 보인다.

잘못된 정보는 나중에라도 정정한다.

이런 태도가 쌓이면 그 사람의 말은 더 가치 있어지고, 사람들이 더 신뢰하게 되었다.


결론: 나도 그랬지만, 이제는 다르게 말한다.


이제는 후배가 물어볼 때 그냥 아는 척하고 넘어가지는 않는다. 모르면 그냥 모른다고 말한다. 그리고 “나랑 같이 알아보자!”라고 덧붙인다. 그 한마디가 내 신뢰를 지켜주고, 오히려 더 배울 기회를 만들어 준다.


혹시 예전의 나처럼 아는 척하는 게 익숙한 사람이 있다면, 한 번 바꿔보면 좋겠다. 모르는 걸 인정하는 게 창피한 일이 아니다. 잘못된 정보를 확신에 차서 말하는 게 진짜 창피한 일이다.


유교의 창시자인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곧 참되게 아는 것이다"


“모른다”는 말은 무지(無知)의 표현이 아니다.

그건 바로 "배움"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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