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조렐 정원에서 마조렐 블루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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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케시에 왔다면,
꼭 가봐야 한다는,
인생샷의 명소,
마조렐 정원(Jardin Majorelle).
겉보기엔 단순한 ‘식물원’ 같지만, 그 안에는 예술가 자크 마조렐의 꿈과
이브 생로랑의 사랑이 깊게 깔려 있는,
예술과 식물, 그리고 사랑이 한데 어우러진 공간이다.
사흘 전에 마조렐 정원 공식 홈피에 들어가 여러
번 실패한 끝에
오후 1시 30분 입장 티켓(1인 170디르엠,약 2만5천원)을 어렵사리 예매한 뒤,
딱 그 시간에 맞춰 찾았다.
그러나 웬일, 이곳의 인기를 말해주듯 입장하기까지 대기줄이 몇십 미터다.
그러나 정원에 들어선 순간,
시끄럽고 먼지 풀풀 날리던 시가지와 달리, 새소리 가득한 청량한 대나무숲이 하늘 가득 울창하다.
이곳은 프랑스 화가 자크 마조렐(Jacques Majorelle, 1886–1962)이
모로코의 빛과 색채에 매료되어 1923년 프랑 스령 모로코였던 마라케시에 정착해,
자신의 화폭 속 색을 정원에 심은 곳이다.
그는 약 40년 동안 세계 각국의 식물, 선인장, 대나무, 부겐빌레아, 연꽃 등을 가져다 심어
하나의 ‘살아있는 회화'를 구현한 셈이다.
아울러 프랑스 건축가 폴 시노레(Paul Sinoir)가 설계한 아틀리에와 빌라는
‘마조렐 블루(Majorelle Blue)’ 라 불리는 보라빛이 도는 독특한 청색으로 칠해졌다.
이 색은 자크 마조렐이 직접 개발 명명한 색으로, 짙고 강렬한 북아프리카의 햇살과 대비 돼
압도적인 시각적 인상을 심어주어
이곳을 찾은 모든 관광객은 저마다 셔터를 누르기 바쁘다.
마조렐이 죽은 뒤, 정원은 방치되어 황폐해졌지만,
프랑스의 패션 디자이너 이브 생로랑(Yves Saint Laurent) 과 그의 동반자 피에르 베르제 가 (Pierre Bergé) 가
1980년 이곳을 매입해 복원해 지금처럼 유지되고 있다고 한다.
돌로 만든 정원, 석정이 유명한 교토의 료안지는
차분한 명상을 하게 만들지만,
마조렐 정원은 독자적인 '마조렐 블루'라고 하는 독특한 색깔로
잊지 못할 강렬한 인상을 갖게 해주었다.
직접 눈으로 보고나니 마라케시의 '또다른 심장'으로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게 보인다.
앞으로 마라케시를 떠올릴 때면 제마엘프나 광장과 함께
이곳 마조렐 정원 또한 가장 기억에 남을 듯하다.
마조렐 블루에 풍덩 빠진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