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시가 광장의 두 얼굴, 낮과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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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너무 많아 눈이 피로할 수 있으니,
가끔씩 먼 산을 쳐다 보시면 좋습니다.^^
모로코 마라케시의 제마엘프나(Jemaa el-Fna) 광장은 '모로코의 심장'으로 불린다고 한다.
11세기 엘모라비드 왕조가 마라케시를 세울 때부터 중심광장이었던 이곳은,
햇볕이 따가운 한낮부터 밤까지 매일 많은 관광객들로 북적거린다.
코브라 쇼를 보여주는 뱀꾼, 원숭이를 관광객 어깨위에 올려주고 돈을 받는 조련사, 아크로바틱 묘기를 보여주는 젊은이들, 각양각색의 과일을 진열하고 즉석 주스를 파는 노점상,
베르베르 전통악기를 연주하는 원주민 등...
살아움직이는 문화현장인 이 광장은 2001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광장에서 수십갈래로 뻗어나간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전통시장이라고 하는)
이곳 시장골목에 들어서면 누구라도 길을 잃고 만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하늘이 뚫린 곳이면 어디서고, 밤낮으로 보이는 마라케시의 상징,
쿠투비아 모스크 첨탑이 우뚝 서 있기 때문이다.
제마엘프나 광장에 저녁 어스름이 내리면, 낮과는 전혀 다른 얼굴을 보인다.
넓은 광장 한가운데 수십개의 노점이 들어서 동시에 환히 불을 밝히고,
양고기 꼬치구이, 꾸스꾸스, 하리라 수프, 달팽이요리, 탄두리 빵 냄새가 광장을 뒤덮고,
호객꾼들은 바빠진다.
광장 주변 호텔이나 레스토랑의 루프탑 카페도 덩달아 형형색색의 불을 밝히고
크게 음악을 틀어 분위기를 잡고, 들뜬 관광객을 불러들인다.
우리도 챗쥐의 도움을 받아,
일몰 풍경이 잘보이는 루프탑 카페를,
꼬불꼬불한 시장 미로를 헤치고 찾아가 일찌감치 자리 잡았다.
언제 다시 이곳, 마라케시의 제마엘프나 광장 루프탑에 올라와
전통 민트티를 마시며 일몰을 볼 날이 또 있을까?
이제 나이를 제법 먹고보니
광장의 시끌한 퍼포먼스나 호객꾼에 이끌려 노점 음식을 먹기보다
조용히 앉아, 티를 마시며 광장의 시끄러움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이 더좋다.
때마침 저 멀리 쿠투비아 모스크 첨탑에서 구성진 아잔소리가 울려퍼지며
우리가 이슬람의 나라 모로코 땅에 와있음을 새삼 상기시켜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