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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18일살기(7)/카사블랑카

카사블랑카에 대한 낭만적인 생각

by 호히부부

<호>


'카사블랑카'란 단어를 입을 열어 말로 표현하면

웬지 지나간 아련한 첫사랑에 대한 추억처럼 '블랑블랑' 달콤하게 들린다.

마치 '베싸메무초'(나에게 많이 키스해줘)처럼.


며칠전 마라케시에서 카사블랑카로 가는 기차를 탔다.

마라케시 시내를 벗어나자 기차는 금세 붉은 황토흙으로 뒤덮인 메마른 대지를

힘차게 가로지르며 내달렸다.


카사블랑카로 가는 길은 붉은 모래 언덕과 식물이 거의 자라지 않는

척박한 땅으로 말미암아 낭만적이라기보다 70년대 미서부극에 나오는 황량한 사막처럼 보였다.


마라케시에서 카사블랑카까지 240km를 달려오는 동안

벤게리르(Ben Guerir) ↔ 세타트(Settat) 사이 구간중 약 46km는

모로코에서 가장 긴 직선 철도구간인데,

이때만큼은 고속철이 아닌 일반열차인 이 기차도

최대속력인 시속 100마일(160km)로 숨가쁘게 내달린다.


카사블랑카를 향해 20여분간 방향전환이 거의 없는 직선구간을

온갖 힘을 다짜내 힘차게 달리는 기차안에서 나는 생각한다.

도대체 카사블랑카에는 무엇이 있길래 이 기차는

이처럼 숨가쁘게 나를 태우고 바쁘게 달려가고 있을까?


영화 '카사블랑카'의 잉그리드 버그만은 없지만,

영화처럼 멋진 만남쯤은 기대해봐도 되려나?

(이슬람으로 개종하면) 정식으로 부인을 4명까지 둘 수 있다던데?

《= 퍽! 옆지기의 주먹이 가만 있지 않겠지?ㅎㅎ


인생의 어느역에서건 설렘은 언제나 반가운 손님이다.

그런 허투른 상상에 미소짓는 사이, 기차는 어느새 카사블랑카 역에 멈춰섰다.


모스크 사원처럼 보이는 마라케시 기차역


현대적인 마라케시 역 내부


인터넷 예매가 쉽지않아 현장발권한 왕복 차표


카사블랑카행 기차를 타고


칙칙폭폭 2시간 50분


황량한 사막같은 지대가 대부분이다


역시 '하얀 집', 카사블랑카 역




카사블랑카 시내에서는 트램을 탔다.

기린이나 코끼리, 얼룩말만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녀야 할 것같은 아프리카 도시에서, 도저히 만날 거라곤 생각해본 적이 없는 유럽형 최신 트램이

이번엔 새하얀 건물이 줄지어 늘어선 도심 거리를 스와힐리어로 뽈레뽈레(polepole : 천천히) 움직인다(카사블랑카 기차역 앞에서 1호선 트램을 타면 시내를 관통하므로 유엔 광장이나 웬만한 곳은 쉽게 갈 수 있다).


뽈레뽈레 카사블랑카에서는,

뽈레뽈레 모로칸 삶도 그렇게.

앗살라이무 살라이쿰, 카사블랑카!

(카사블랑카, 당신에게 평화가 있기를)!


외관도 세련된 카사블랑카 트램


대서양 바로 앞의 트램 종착역


뽈레뽈레 카사블랑카 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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