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집에서 떠올리는 새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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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눈동자에 건배"라는 명대사로 유명한,
잊을 수없는 눈빛의 잉그리드 버그만과 이국적인 사랑을 해볼 수 있을 것같은 꿈결같은 도시 카사블랑카(Casablanca).
사흘째 환상적인 카사블랑카에 머물며
오늘 아침엔 유엔광장이 바라보이는
Vog Cafe 테라스에 앉아
땡땡거리며 지나가는 빨간 1호선 트램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생각한다.
흰집과 새집은 무슨 관계일까?
카사블랑카(Casablanca:하얀집)에서
카사노바(Casanova:새집)를 떠올린다면
그 이름 자체가 영화적인 카사블랑카에서 미안한 일이지만,
'집'(Casa)을 공통분모로 하고 있으니 한번 생각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1725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태어난 희대의 난봉꾼, 카사노바는
유럽 전역을 다니는 동안 연애와 모험을 하며 방탕한 생활을 했으니,
어쩌면 카사블랑카에도 한번쯤 와보지
않았을까?
그러나 전해져오는 악평과는 달리, 신학, 철학, 법학을 두루 공부한 카사노바는
한때 사제가 되려고도 했지만,
외교관, 작가, 철학자, 스파이, 음악가 등 온갖 역할을 하며 유럽을 떠돌았던 유랑가, 모험가였다고 한다.
그는 연애를 통해 “자유로운 인간의 정신”을 추구하며
당시 유럽의 억압적 도덕과 권위에 대해 저항했던 일종의 혁명가였던 셈이다.
카사노바는 베네치아의 종교재판소에 붙잡혀 ‘도제의 감옥(Il Piombi)’에 갇혔다가 기적적으로 탈출에 성공했고,
이 일은 나중에〈세르베스의 탈옥 이야기>로 불릴 만큼 유명한 전설이 되었고,
이 사건으로 그는 자유와 모험의 아이콘이 되었다.
카사블랑카에 와서 카사노바를 떠올릴 줄 몰랐지만
낭만의 도시, 영화의 도시, 서구와 이슬람, 아프리카 문화가 공존하는 카사블랑카에서는
그 어떤 생각도 용납될 듯 하다.
구불구불한 골목길이 이어진 올드 메디나와 릭의 카페(Rick's cafe)뿐 아니라,
새하얀 집들이 줄지어 늘어선 신시가지에서 살아가는 현대 모로칸들도
오늘의 카사블랑카 이야기를 계속 써나가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