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에 잘 먹고 살았다
<히>
모로코에서 18일동안 먹고 산 음식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글 서두에서도 말했듯, 참으로 엉겁결에 모로코 땅을 밟게 됐다.
불안한 마음이 없지 않았지만, 돌아보면
생각과 다르게 하루하루를 참 잘 먹고 산 것 같다.
그것도 아주 실하게!
먹은 음식 종류는 그리 많지 않았지만, 그중에도 우리가 맛본 모로코 전통 음식 몇가지는
겉보기엔 빨갛고 기름져 보여도 의외로 짜지 않고, 달지 않았다.
대체로 단순하고 담백해서 자극적인 맛을 조심해야 하는
우리 입맛엔 오히려 딱 맞았다.
(맛있음의 문제는 또 별개지만^^).
모로코는 음식만큼은 정말 신기한 나라였다.
아프리카의 전통과 중동의 향신료 문화, 그리고 프랑스 보호령 시절의 흔적이
한 그릇 안에 고루 스며 있다.
그래서인지 하루에도
식사 메뉴나 장소에 따라 세 대륙을 오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지루할 새가 없었다.
전통음식 타진(Tajine)과 샐러드는
거의 매일 한 번씩은 먹었다.
사실 다른, 아는 음식이 별로 없기도 했지만.^^
그런데도 이상하게 두 음식 다 질리지가 않았다.
타진은 주재료(야채, 생선, 닭, 소고기 등), 부재료(대추,자두,건포도 등)를
어떻게 넣느냐에 따라 맛이 조금씩 달라져서 먹는 재미도 있다.
몇번 먹어보니 역시 우리 입맛엔 소고기타진이 좋았다.
샐러드 역시 서양식 가벼운 샐러드가 아니었다. 타진과 마찬가지로 종류도 다양해 뭘 골라야 할 지 모를 지경.
샐러드와 타진을 함께 먹을 때마다 느꼈지만 이 두 음식은 상큼한 식감과 기름진 맛에 있어서도
참 조화로운 한끼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밥 위에 데친 채소들이 빙 둘러 얹어진
믹스샐러드를 먹을 때면,
(마치 고추장 빠진 비빔밥을 먹는 듯한? 그러나 다행히 우리가 좋아하는 맛!) 포만감마저 들었다.
에피타이저가 아니라 당당히 한끼 식사로 충분했던 샐러드들을 먹을 때마다
값이 너무 싸서(약 3천원) 미안하고 고마웠다.
아래는 샐러드와 타진의 한상차림이다.^^
위 음식 사진마다 보이는 홉스(Khobs), 모로코의 전통빵도 빼놓을 수 없다.
둥글고 납작한 이 빵은 모로코 사람들에게 ‘밥’ 같은 존재다.
식당에서 샐러드 하나만 시켜도
손바닥만한 홉스 두어 개가 기본으로 따라 나온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워, 그대로 손으로 뜯어먹어도 맛있지만,
현지인이 하는 대로 스프나 소스에 찍어 먹으니 더 맛있었다.
심지어 통밀(거의 전통적인 반 통밀빵)이란다.
그래서인지 신기하게도 홉스는 서양식 빵보다 질리지 않아 매일 먹어도 부담이 없었다.
그런가 하면 길거리에서, 특히 아침 시간대에 긴 팬에 노릇노릇 구워지고 있는 팬케이크와 함께
아침식사를 하는 현지인들을 많이 보았다.
모로코 거리 아침풍경일 정도로 대부분 아침을 간단히 길거리에서 해결한다고 한다.
진하고 구수한 타진, 싱싱한 샐러드, (반)통밀 홉스와, 깔끔한 맛의 모로코식 팬케이크,
거기다 먹을 때마다 기분좋았던 건강식 렌틸콩 수프 등등...
덕분에^^
모로코에서의 식생활은 외국 여행 중에서도 드물게,
‘우리 밥과 김치’를 덜 그리워하며 지낼 수 있었던
행복한 시간으로 남았다.
(그외에도 우리가 먹은 몇가지(?) 음식들이 사진으로 이어집니다.)
덧) 이슬람의 나라 모로코라지만 술을 파는 곳들이 있어서 반주정도는^^ 얼마든지 가능했다.
놀랍게도 모로코가 북아프리카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생산국중 하나란다.
어쩐지 값싼 와인을 사 먹어도 맛있더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