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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만사 - 나나 무스쿠리

음악인 05

by 구포국수

나나 무스쿠리 (1934 ~ )

천상의 목소리를 가진 우리나라 대중가수들도 몇 명 있다. 그녀는 이 분야에서는 글로벌 원조다. 검은색 생머리와 검은 뿔 테 안경은, 그녀만의 특허 이미지다. 딱 그 모습에 내 대학생 때의 기억은 멈춰 있다. 나의 낭만과 노스탤지어…




대중가수 나나 무스쿠리는 아테네의 흰 장미, 천상의 목소리로 불렸다. 50년간 450개의 앨범을 내고, 4억장 이상을 판매했다. 어릴 때부터 영화나 음악을 좋아해 프랭크 시나트라, 에디트 피아프 같은 가수들의 노래를 따라 불렀다.


그리스에서 성악을 전공하려 했지만, 그녀는 생계를 위해 재즈클럽에서 대중가요를 불러야만 했다. 1958년 그녀의 노래를 들은 한 작곡가에게 픽업되어 정식 데뷔하면서, 거침없는 성장을 했다. 1959년 그리스 음악제에서 대상을 받았고, 1960년부터는 유럽과 미국에서도 호평받는 가수가 되었다.


1960년대 후반 그리스의 정정이 불안해 20년간 유럽에서 생활했고, 주옥같은 노래들을 발표했다. 그녀의 히트 곡은 사랑의 기쁨, Over & over, Try to remember, 하얀 손수건 등 다양하다. 그녀는 3번의 내한공연을 했다. 한 기자가 한국인들에게 왜 그렇게 인기가 많냐는 질문에, 한국인들의 감정과 맞아서 그런 것 같다고 답했다.


내가 그녀를 알게 된 것은, 1983년 대학교 1학년 기숙사 시절이었다. 당시 경제학과 친구가 이 가수를 좋아했다. 하루는 그 친구와 호프집에 갔는데, 그녀와 똑같은 외모를 가진 여자주인이 그녀의 노래를 틀어주었다.


나는 나나 무스쿠리를 몰랐는데, 호프집에 있던 그녀의 앨범 사진을 보고서 정말 똑같다고 내 친구와 맞장구쳤다. 그녀의 음악은 나를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나는 적지 않은 돈을 써가며, 그 호프집에서 술을 마셨다.


당시 그녀의 노래는 페티 킴, 송창식 등 우리나라 가수들이 번안해서 불렀다. 검은 뿔테 안경에 단발 생머리는, 그녀 앨범 사진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환갑의 내가 지금도 그녀의 음악을 들으면, 애틋한 노스탤지어가 생각난다. 낙성대 호프집, 대전 출신의 내 친구도 생각난다.


그녀의 노래가 듣고 싶을 때면, 유튜브에서 흐릿한 영상으로 만날 수 있다. 지방에서 막 올라온 대학교 1학년 생에게 그녀의 아름다운 음악은, 지금도 내 기억 한가운데 있다. 기분이 울적할 때, 한 번씩 그녀의 노래를 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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